[여의도 나침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비대위원장 인선, 출신 성분 따지면 패배 예약하는 것”

# 제22대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변곡점이다. 하지만 여의도는 아직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이다. 그 속에서 정치는 길을 잃었다. 진영과 지위를 막론하고 여의도의 수많은 나침반들은 지금 어디를 가르키고 있을까. 그들에게 대한민국과 정치의 길을 묻는다. 〈편집자주〉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2선·전북 남원임실순창)은 비대위원장의 자격으로 '정치 경험'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 의원은 본지와 단독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은 총선이라는 전투를 지휘할 총사령관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 번도 전쟁을 치러본 적이 없는 장수가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많은 노련한 정치인이 와야 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5일 긴급의총에서 적임자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며 “일부에서는 민주당에서 건너온 사람이라고 비판하지만, 총선에서 이기는 비대위를 위해서라면 민주당에서 건너온 정도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이라도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출신 성분을 따진다는 것은 총선 패배를 예약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중도 성향이 강한 수도권 민심을 얼마나 확보하는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수도권 민심이 전체 총선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좌우하는 것은 중도, 실용적인 유권자들”이라며 “이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와야 판을 뒤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정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것도 왜곡된 당정 관계가 작용했다고 봤다.

그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의무이고 기본적인 책무이지만, 그것만을 위해서 집권 여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의 민생을 살피고 국민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시켜야 하는데, 너무 대통령실만 보면서 그 부분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대통령실과 정부 사이에 끼여서 역할 공간이 없어지면 사실상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여당의 역할 공간이 주워져야 당이 생동감있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다소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의지를 굳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월 창당을 목표로 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이원은 “제3지대가 나서는 분위기는 형성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이들이 성공할지는 모르겠다”며 “지난 대선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결국 여야 지지세력이 결집하게 되면서 빅텐트는 바람에 그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지방 출신 2선 의원인 그는 국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초저출산'에 따른 인구소멸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컸다. 특히 저출산 여파로 지방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도시까지 소멸되면서 국가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치 지방만 소멸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며 “지금 현 시점에서는 모든 지방의 도시를 다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으로 지역별 특성을 찾아내 거점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멸 예상 지역을 다 살리겠다고 접근하면 말 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큰 거점도시를 만들고, 그 곳에 좋은 일자리와 교육·문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