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평소보다 스마트폰 이용 요금이 많이 나왔다.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 기본 제공량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통신비를 아끼려고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를 이용했는데, 추가 요금을 보니 차라리 데이터를 더 많이 제공하는 요금제로 변경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요금제를 살펴보다 적합한 요금제가 몇 가지 보였다. 기본으로 데이터를 일정량 제공하는데, 모두 사용한 뒤에도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해서 추가 요금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대신 네트워크 속도는 느려진다. 요금제에 따라 1Mbps, 3Mbps, 5Mbps 속도가 일반적이다. 기본요금이 저렴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중에는 400Kbps로 제한되는 경우도 드물게 보였다.
하지만 숫자만 봐서는 제한된 속도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지 도통 짐작되지 않았다.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를 기준으로 "카카오톡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이 많은 유튜브는 어떨까. 네트워크 속도가 제한된 상태에서도 유튜브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제한된 속도로 유튜브를 시청했을 때 어떤 해상도까지 끊김 없이 볼 수 있을지 간단한 실험을 해 봤다.
현실적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단기간에 여럿 가입하고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신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봤다. 공유기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공유기가 QoS(Quality of Service) 설정을 지원한다면 환경설정에서 네트워크 속도 상한선을 원하는 대로 지정할 수 있다.
네트워크 속도 제한해보니...유튜브 로딩부터 '답답'
공유기 환경설정에서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한 다음, 유튜브 앱으로 일반 동영상을 시청했다. 시청한 동영상은 SDR 콘텐츠며 초당 프레임 수는 30p로 일반적인 동영상 사양에 속한다.
먼저 네트워크 속도를 400Kbps로 제한했는데, 유튜브 앱을 실행했더니 홈 화면부터 제대로 로딩되지 않았다. 10초가량 기다리자 로딩이 끝났다. 하지만 동영상을 재생하려니 본문과 댓글, 추천 동영상 목록을 모두 불러올 때까지 재생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화면 속 다른 요소가 모두 제대로 로딩된 다음에야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었다.
해상도는 가장 낮은 144p로 설정했다. 로딩은 바로 됐지만 화질이 너무 낮아 보기 불편했다. 해상도를 240p로 올리니 로딩 속도가 재생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재생이 멈추는 '버퍼링(Buffering)' 현상이 발생했다.
1Mbps 속도에서는 기존에 재생하지 못했던 240p뿐만 아니라 360p 해상도로 재생하는 동영상까지 바로 불러왔다. 하지만 480p 해상도는 곧바로 재생하지 못했다. 재생 중에도 드문드문 버퍼링이 발생해 시청을 방해했다.
네트워크 속도가 3Mbps로 제한된 상태에서는 480p와 720p 해상도 동영상까지 버퍼링 없이 바로 재생했다. 하지만 1080p(풀 HD) 해상도로 설정하니 버퍼링이 발생했다. 제한 속도가 5Mbps일 땐 1080p 동영상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었지만 1440p 동영상을 재생할 때 가끔 재생이 중단됐다.
속도 제한 걸린 상태로 유튜브 보려면 '3Mbps'는 필요
제한 속도가 400Kbps일 땐 해상도를 최대한 낮춰야 끊김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속도가 1Mbps일 때도 480p보다 낮은 동영상만 제대로 재생되다 보니 화질이 나빠 답답하게 느껴졌다. 속도가 적어도 3Mbps는 돼야 720p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 화면이 모니터보다 훨씬 작아서인지 720p로 설정해도 화질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3Mbps 속도면 유튜브 시청에 큰 불편은 없었다. 속도가 5Mbps로 제한되면 1080p 풀 HD 영상도 볼 수 있어 훨씬 쾌적해진다. 하지만 네트워크 속도가 5Mbps로 제한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대부분 비싸다.
통신 3사보다 저렴한 알뜰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살펴봤는데, 기본요금이 4만 원 이하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대부분 기본 제공량이 소진되면 네트워크 속도가 1Mbps로 제한됐다. 제한 속도가 3Mbps인 요금제의 기본요금은 대부분 4~5만원 정도였으며, 제한 속도가 5Mbps인 요금제는 기본요금만 5만 원을 넘었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소진된 다음 유튜브를 볼 때, 해상도를 720p까지만 설정하는 대신 월 요금이 1만 원가량 저렴하다면 기꺼이 저렴한 요금제를 고를 만하다고 판단했다.
네트워크 속도가 400Kbps로 제한된 상태에서는 유튜브 동영상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카카오톡 채팅 내역도 제대로 불러오지 못했다. 데이터 무제한이 '유명무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행히 네트워크 속도가 400Kbps로 제한되는 요금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다.
이론과 실제는 달라...동영상 용량보다 네트워크 느려도 버퍼링 없어
동영상을 버퍼링 없이 재생하려면 네트워크 속도가 동영상 용량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영상 용량이 1초에 2메가비트(Mb)라면 네트워크 속도가 1Mbps로 제한된 상태에서는 동영상을 제때 다운로드하지 못해 매끄럽게 재생할 수 없다.
동영상 용량은 '비트레이트'라는 기준으로 대강 결정된다. 화면 정보가 차지하는 용량이 1초에 몇 비트(Bit)나 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해상도가 높고 1초당 화면 수를 나타내는 '프레임 레이트'가 많을수록 비트레이트도 올라간다. 해상도가 높은 동영상도 비트레이트를 임의로 낮출 수는 있다. 대신 화질이 손상된다.
유튜브가 권장하는 해상도별 비트레이트는 표준 프레임 레이트를 갖춘 일반 SDR 동영상 기준 360p 해상도가 1Mbps, 1080p 해상도가 8Mbps다. 프레임 레이트가 높으면 그만큼 권장 비트레이트도 증가한다. HDR 동영상의 비트레이트는 동일한 조건의 SDR 동영상보다 25%가량 높다.
여기에 음성 데이터가 차지하는 용량까지 계산해야 한다. 일반적인 스테레오 음성 데이터의 용량은 384Kbps(초당 약 0.375Mb)다. 즉, 표준 프레임 속도를 갖추고 스테레오 음성 데이터가 포함된 1080p SDR 동영상의 용량은 이론상 1초당 8.375Mb다. 네트워크 속도가 이보다 빨라야 버퍼링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네트워크 속도가 비교적 느려도 버퍼링은 발생하지 않았다. 네트워크 속도가 5Mbps로 제한된 상태에서도 1080p 동영상을 끊김 없이 재생했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튜브에 업로드한 동영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트레이트를 절반 정도까지 낮췄을 것으로 짐작된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