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혁신에 대한 창업자 열망과 첨단 금융 기술, 그리고 정부 지원 정책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14년 131개에 불과했던 핀테크가 2022년에 600개에 이를 정도다. 편리함과 친숙함으로 소비자 금융 생활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2023년은 기록적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된 한 해였다. 핀테크도 어려운 경제 상황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투자 유치 및 자금 조달이 어려웠고, 새롭게 유니콘으로 성장할만한 핀테크를 찾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공존하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올해는 핀테크 산업이 초기 단계를 넘어 스케일업(Scale-up)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발점일 수 있다. 핀테크는 시장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수익성 우선을 통한 국면 전환이다. 경기가 좋은 투자 호황기에는 높은 회원수 또는 MAU(월간 활성화 방문자수)를 보유한 플랫폼에 투자가 쏠렸다. 플랫폼 이용자를 기반으로 중개 수수료 및 구독 수수료 등 광고 형태를 매개로 한 안정적 매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혹한기에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 수익 창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중심의 B2C모델에만 국한하지 않고 솔루션을 접목한 B2B및 임베디드 금융 등 다양한 모델로의 확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로벌 핀테크가 AI및 데이터 인프라, 보안인증, 결제 솔루션을 바탕으로 꾸준히 매출을 만드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생성형 AI 및 블록체인 등 신기술 혁신에 대한 적극적 채택과 활용이다. 이미 금융권은 AI를 신용평가, 자산관리, 이상거래탐지, 고객상담, 투자업무 등 업무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지금까지 기술 발전을 모두 흡수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 및 분석은 물론 추론 능력까지 구비하고 있다. 음성 및 이미지 인식, 로봇, 메타버스 등 제반 기술과 융합한다면 금융의 변화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분산원장 기반의 블록체인은 토큰형 증권 발행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안전한 금융 거래 기록 및 인증, 국제 송금 및 결제, 분산 금융 등으로부터 활용 영역이 넓어진 셈이다. 이런 변화는 핀테크가 새로운 시장 개척 및 금융권과 제휴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킬 것이다.
셋째, 금융정책 변화다. 먼저 대환대출 서비스가 이뤄졌다. 이미 신용대환이 시작됐고, 주택담보 대환 서비스가 오픈될 예정이다. 대출상품 뿐만 아니라, 정책기관의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예·적금 비교 및 보험상품 비교 중개까지 가능해졌다. 소비자 편익 증대를 통해 핀테크 플랫폼의 수익모델 확장을 고려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금융에만 국한됐던 마이데이터가 산업 전 분야로 확대돼 유통, 의료, 헬스케어, 교통, 교육 등과도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또한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예고돼 있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의 토큰 발행이 가능해진다. 모두 열거하지 않더라도, 단계적인 제도 정비를 통해 규제로 인한 사업모델의 한계가 점차 극복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기점으로, 핀테크 산업은 다가올 2024년이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한 핀테크 내부의 탄탄한 역량이다. 동시에 금융권과 정책당국은 핀테크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핀테크 생태계는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한 혁신 동력이기 때문이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