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원구형 해시계 '원구일영'이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도 시간 측정이 가능한 독창적 작동 원리를 갖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립고궁박물관과 협력해 원구일영 복원과 133년 만에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원구일영은 조선시대 과학문화재로 처음 보고된 원구 형태 해시계로, 표면에 시각표기와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으나 일부가 유실되거나 고장으로 시간 측정과 작동 방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원구형 해시계의 외형상 구조는 일영, 북극고도 조정장치, 받침기둥, 받침대로 구성된다. 일영은 남북의 극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는 원구형 해시계로, 지름 9㎝ 크기의 원구는 상단 반구와 하단 반구인 2개의 반구로 구성돼 있다.
원구일영 표면에는 시각표기와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시각표기인 시각선은 상단 반구 둘레에 표기돼 있는데, 12시간의 12지 명문이 새겨져 있고, 매시는 초(初)·정(正)으로 이등분한 뒤 초와 정을 다시 사 등분 해 모두 8개의 각(刻)으로 시를 나타냈다. 조선후기 청나라 시헌력 도입으로 1654년부터 사용한 96각법으로 하루를 등분했다.
연구진은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자 제주, 대전, 서울 경복궁 등 세 지역을 차례로 선정해 복원 모델로 시간 측정 실험을 수행했다.
유물 위도조절 장치에 표시된 2개의 선을 분석한 결과 당시 가장 많이 사용된 지역은 서울을 기준으로 표시한 것임을 밝혀냈다.
이어 제주별빛누리공원, 천문연, 경복궁에서 남중 시각으로 남북선을 구한 뒤에 복원 모델을 설치해 시간 측정에 활용했다. 관측실험 결과 ±7.5분 이내 오차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기존 해시계와 달리 관측지점에 따라 위도가 달라지더라도 수평을 맞추고, 그 지점의 북극고도를 조정해 사용한 것임을 확인했다.
또 T자형 영침 그림자가 남반구의 긴 홈 안으로 들어가게 맞추고, 동시에 영침 끝이 지시하는 북반구의 시각 표시를 읽는 '휴대용 해시계'임을 확인했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원구일영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구형 해시계라는 점,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도 시간 측정이 가능했다는 점, 시각 표기에서 앙부일구와 혼천시계의 전통을 따랐다는 점에서 독특한 과학문화 유산이며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과학관은 내년 6월 개관하는 한국과학기술관 시계특화코너에 이번에 복원한 원구일영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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