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새해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핵심 산업의 회복을 내다보면서도 세계 주요국의 자국 중심 정책을 우려요인으로 꼽았다. 한국도 국내 기업을 위한 공격적인 보조금과 인센티브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해 경기 관련 '상반기 현 상황 유지, 하반기 점차 회복'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긍정과 부정 변수에 따라 회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가 많이 의존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은 다행이다”라며 “전체적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완전한 회복기 진입 조건으로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수급 밸런스 개선을 지목하며 내년 상반기 중에 이런 신호가이 잡히기를 기대했다.
지금의 회복세가 힘을 받으려면 반도체 전 부문에서의 긍정 신호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메모리 쪽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분야는 잠자는 수준이고, 로직 반도체도 도전은 계속있지만 썩 좋은 형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또 “기술 경쟁과 지역적 정책 이슈 때문에 투자들이 결과물로 이어질지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자국 중심전략에도 우려를 표했다. 주요 국가가 반도체를 전략산업화하고 모든 비즈니스를 자국으로 유치하면서 자칫 과잉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다. 보호무역주의로 자국에서 생산한 것만 쓰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작은 시장에 생산량은 많은 대한민국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각국 반도체 전략의 특징은 공격적인 보조금과 인센티브 정책이다.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대한상의 차원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인센티브 등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정부에) 드리고 있다”고 했다.
새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는 중국 경기의 회복 여부를 꼽았다. 중국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단시간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내년 미국 대선이 있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도의 차이일 뿐 지금의 미중 갈등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도 봤다.
일본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 2위·3위 마켓의 시너지”를 언급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글로벌 자국주의전략 추세에서 양국의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다른 곳이 정해놓으면 받아들여야 하는 '룰 테이커'의 입장”이라며 “한일 협력으로 경제 사이즈(규모)와 발언권이 커지면 우리가 룰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내년 한 해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있을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최 회장은 “AI는 5년 안에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많은 수요를 수용할 만큼의 인프라, 투자, 소비자의 수용과 소비 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 회장은 세계박람회(EXPO) 부산 유치 무산을 아쉬워하며 유세 활동 기간 맺었던 네트워크를 비즈니스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EXPO 유치 활동을 통해) 얻었던 정보와 그 나라와의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젝트를 발굴하면 그것 나름대로 경제 발전”이라고 말헸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