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로 커지는 반도체 장비 격차, 돌이킬 수 없기 전 막아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국가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균형이 적지 않다. 특히 반도체 장비 자립화는 심각할 정도다. 국산화율이 20% 수준으로, 50% 정도인 소재 국산화율보다 훨씬 낮다.

이는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신성호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의 경우 상위 10대 수입국 비중이 2015년 88.9%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96.6%로 확대됐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에 100% 의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들은 인공지능(AI)을 추가하며 경쟁력을 더 끌어 올리고 있다. 해외 상위 10개사가 AI 반도체 장비 관련 특허를 총 269건 출원한 반면 국내 10개사가 출원한 건 11건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벌어진 장비 격차를 이제는 추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건 아닌지 우려된다.

AI 반도체 장비 특허 출원 추이(자료: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AI 반도체 장비 특허 출원 추이(자료: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반도체 장비 산업에 대한 중요성은 수차례 강조돼 왔다. 정부도 공급망 강화를 위해 예산을 편성, 개발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 대한 결과는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 없다. 국산화율은 수년째 맴돌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적 진보가 그 어느 산업보다 빠르다. 또 미세공정으로 진화할수록 전에 없던 기술이 필요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일시적 지원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개별 기업 홀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대응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AI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인재 양성 전략이 필요하다. 또 AI는 데이터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데이터가 많아야 AI 성능도 고도화할 수 있다. 장비사 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사와의 데이터 활용을 위한 협업 생태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