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보유금액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된다. 국내 증시 '큰 손'들에 감세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정부가 감세조치를 내놓으며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26일 국무회의 의결 후 내년 1월 1일 양도분부터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시행령에 따르면 투자자가 종목당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종목 지분율이 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를 넘어서면 대주주로 본다. 양도차익의 20~25%를 과세한다. 내년부터 기준을 50억원으로 높이게 되면, 양도세 과세 대상이 대폭 줄어든다.
이번 양도세 완화 조치로 국내 증시의 '큰 손'들이 직접적인 감세 혜택을 볼 전망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신고자는 지난 2021년 기준 10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 가운데 약 7000명에 달했다. 전체 주식투자 인구 약 1400만명 기준으로 0.05%에 그쳤다.
정부는 대주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 직전에 대주주들로부터 매물이 쏟아지게 되면 '개미 투자자'이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는 지난해 말 부자감세, 재정건선성 등의 부작용으로 '대주주 양도세 완화'를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쪽으로 양보한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가 종전 합의를 파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감세' 포률리즘에 동참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최종 타결한 후, 전격적으로 입법예고한 만큼 야당 측 반발도 예상된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가 고금리 환경 지속,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과세대상 기준회피를 위한 연말 주식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배병관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세형평성과 금융상황이 모두 중요하다. 금융세제는 자본 이동성이나 금융시장 상황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서 “일부 세수감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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