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유통 사업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빠르게 지분을 확보했다. 독립 2년차를 맞는 김 부사장이 본업인 백화점 사업에서도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최근 한화솔루션을 제치고 한화갤러리아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20일 기준 보유한 전체 주식 수는 289만3860주로 지분율은 1.47%다. 최대주주는 한화그룹 지주사 ㈜한화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월 한화솔루션에서 분할해 신규 상장했다. 김 부사장은 상장 직후인 지난 4월부터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10월부터는 매입 속도를 높였다. 최근 두 달 간 매입한 주식은 201만주에 달한다. 자사주 매입에만 약 30억원 이상 소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낮아진 주가는 지분 매입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상장 당시 1주 당 2650원이었던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지난 10월 993원까지 떨어졌으며 현재까지 1050원대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주가가 절반 이상 낮아져 매입 비용도 크게 줄었다. 내부 지배력을 키워야 하는 김 부사장 입장에서는 낮은 주가가 오히려 도움이 된 셈이다.
김 부사장에게 한화갤러리아는 독립 경영을 상징하는 계열사다. 유통·호텔·로봇 등 그가 이끌고 있는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상장 첫 해에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책임 경영 의지와 유통 사업 승계 구도를 다시 한번 굳혔다는 평가다.
초고속 승진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1년 합류한 이후 2년 여 만이다. 그는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과 신사업전략실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을 맡아 직접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부문 총괄도 맡고 있다.
내부 입지를 다진 만큼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 외식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론칭을 비롯해 와인·이베리코·마장 등 다양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본업에서는 이렇다 할 행보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화점 사업의 경우 소비 한파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갤러리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가 줄어든 20억원에 그쳤다. 간판 점포인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명품관 매출은 10월 누적 기준 역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각각 강남점, 잠실점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내년도 강점인 프리미엄·우수고객(VIP) 콘텐츠를 강화할 방침이다. 명품관은 외국인 매출 비중을 늘리고 광교점과 타임월드점 또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 조정에 주력한다. 지난 2분기 매입한 명품관 인근 건물 두 채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준비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낸 반면 본업에서 행보가 적었다”며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