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산 사람 없다는 '조립컴', 왜 계속 찾는 걸까 [우당탕 컴조립]

한 번만 산 사람 없다는 '조립컴', 왜 계속 찾는 걸까 [우당탕 컴조립]

집에 있는 컴퓨터를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케이스를 비롯해 부품 대부분이 흰색으로 통일된 것도 마음에 든다. 컴퓨터 구성을 위해 흰색 부품만 찾다 보니 몇몇 부품은 해외에서 구매해야 했다.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그 과정이 힘들진 않았다. 그렇게 나만의 '조립컴퓨터'가 하나 완성됐다.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 만든 컴퓨터를 흔히 조립컴퓨터라고 부른다.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지 어언 10년. 조립한 컴퓨터만 벌써 4대째다. 조립컴을 사용하다 보니 어느덧 대기업에서 파는 완제품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 지 오래다. 주변을 둘러봐도 조립컴을 한 번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입하고 대기업 완제품 컴퓨터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완제품 대신 조립컴을 계속 구매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립컴 좀 만져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완제품 컴퓨터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과 장점이 뚜렷하다.

조립컴, 완제품 컴퓨터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

델 에일리언웨어 완제품 컴퓨터
델 에일리언웨어 완제품 컴퓨터

컴퓨터를 잘 몰랐을 땐 대기업이 판매하는 완제품 컴퓨터를 사용했다. 구매한 뒤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윈도우 운영체제와 필수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제조사가 제공하는 편의성 유틸리티까지 미리 설치돼 더 손볼 데가 없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쌌다. 비슷한 사양의 조립컴보다 10% 이상 가격이 높았다. 물론 제조사 공식 사후관리(A/S)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완제품 컴퓨터 살 돈을 아끼면, 그 돈으로 조립컴 구매 시 그래픽카드나 CPU를 두어 단계 높은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조립컴에 관심이 생겼다. 컴퓨터 견적을 내고 조립하는 방법에 익숙해졌고 마침내 완제품 컴퓨터 대신 조립컴을 구매하게 됐다. 품은 좀 들었지만 컴퓨터를 만족스러운 사양으로 구성하면서도 가격은 줄일 수 있었다.

견적·부품 수급·조립까지 다 된 '완본체'의 등장

한 번만 산 사람 없다는 '조립컴', 왜 계속 찾는 걸까 [우당탕 컴조립]

최근에는 컴퓨터 부품 유통사가 직접 조립컴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품을 '완제품 본체'라고 부르며 줄여서 완본체라고 한다. 넓게 보면 대기업이 판매하는 완제품 컴퓨터도 완본체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편의상 대기업 제품을 '완제품', 유통사가 자체 조립해 판매하는 제품을 '완본체'라고 부르며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완본체는 완제품 컴퓨터와 조립컴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유통사가 부품을 수급하고 조립까지 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운영체제도 구매해 설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가격도 조립컴과 별 차이 없다. 부품값에 공임비만 더해진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컴퓨터 조립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적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완본체에는 주로 보급형 메인보드와 일반 램이 제공된다 (출처 : 프리플로우)
완본체에는 주로 보급형 메인보드와 일반 램이 제공된다 (출처 : 프리플로우)

하지만 완본체 컴퓨터에 들어간 모든 부품이 소비자 취향에 맞기란 쉽지 않다. 완본체 중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급형 메인보드나 방열판이 없는 일반 램(RAM)을 장착한 제품이 많다. 이런 부품은 기판이 그대로 드러나 미관을 해친다. 측면에 강화유리나 아크릴이 탑재돼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컴퓨터 케이스를 사용한다면 가급적 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부품을 사용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가장 어려운 '조립'도 대행 서비스로...진입장벽 낮아져

한 번만 산 사람 없다는 '조립컴', 왜 계속 찾는 걸까 [우당탕 컴조립]

완본체보다 조립컴을 구매하는 게 나은 상황이 있다. △완본체에 포함된 부품 디자인이 미관을 해치는 경우 △완본체에 포함된 부품보다 성능 좋은 부품을 사용하고 싶은 경우 △일부 사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경우 △이미 조립컴이나 완본체를 사용하는 중 일부 부품만 남기고 나머지를 업그레이드할 경우가 있다.

조립컴은 완본체와 달리 소비자가 원하는 부품을 골라 담을 수 있다. 일부 부품을 선택하지 않고 나머지만 조립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조립컴 구매는 어렵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완제품이나 완본체는 이미 완성된 컴퓨터를 구매해 바로 쓸 수 있는 반면, 조립컴은 부품 선정과 구매, 조립 등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이 얽혀있기 때문이었다.

사용 목적에 적합한 부품을 선정하고 견적을 내 주문한 다음 배송받은 부품을 조립해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다 보면 부품이 파손되거나 케이블을 잘못 꽂아 고장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컴퓨터를 조립했더니 제대로 켜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자주 보인다.

다행히 요즘은 조립컴을 더 쉽게 마련할 수 있다.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조립 대행 서비스도 제공하는 덕분이다. 공임비로 5만원 정도 더하면 깔끔하게 조립해서 보내준다. 조립하면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몇몇 업체는 일정 기간 A/S도 해 준다. 사용하다 고장 나도 업체에 문의해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컴퓨터 조립에 익숙한 소비자도 조립 서비스와 A/S 옵션을 추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만하기 쉬워진 조립컴, 이제 직접 맞춰보자

한 번만 산 사람 없다는 '조립컴', 왜 계속 찾는 걸까 [우당탕 컴조립]

가장 어려운 '조립' 단계를 업체에 맡긴다면 조립컴 구매 난이도는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어떤 부품을 사야 하는지부터 막막하기 때문이다.

조립컴을 구매하려면 어떤 부품으로 컴퓨터를 구성할지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견적이 구매 목적에 부합하는 성능을 낼지도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당탕 컴조립' 시리즈 콘텐츠는 조립컴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고르는 기준과 호환성을 확인하는 방법을 비롯해 컴퓨터를 직접 조립해보고자 하는 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점, 조립한 뒤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최적화하기까지 다양한 노하우를 차례대로 소개할 예정이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