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데이터 정책기관으로 발돋움해야”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 중심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관명에서 '보호'를 빼는 게 우리 업무에 조금 더 부합합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최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국가 정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는 조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업무 중 (개인정보 침해) 조사·처분이 있고 이를 완전히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데이터를 우리나라 현시점 또는 가까운 미래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관한 방향 제시를 하는 게 개인정보위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원회'로 기관명 변경은 윤석열 대통령 제안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개인정보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한 적이 있다”며 “개인정보위 스스로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곳이라기보다 넓은 의미에서 데이터에 관한 정책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전환(DX) 가속화로 개인정보 관리·보호 중요성이 커지는 데 반해 관련 정책을 이행하는 개인정보위 규모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고 위원장은 “조직 규모가 작고, 신생 조직이다 보니 존재감이 부족하다”면서 “다른 부처의 경우 인공지능(AI)이나 국제 영역을 2~3개 과가 담당하는데, 우리는 하나의 과에서 맡고 있어 여건상 충분히 다루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식적으로 170명 규모이고 파견까지 포함해서 200명 정도”라며 “중앙 행정기관 중에 단연 작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예산 규모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최근 확정된 새해 예산 규모는 654억원으로 올해 대비 11%(65억원) 늘어났다. 현 정부가 예산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개인정보위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고 위원장의 설명이다.

고 위원장은 “예산 당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예산을 반영했고, 그나마 숨통 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례로 글로벌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기대가 상당한데, 그동안 국제 행사 예산이 거의 없었다”며 “내년 국제 행사 예산이 2억원으로 증액이 돼, 작은 규모지만 뭐라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가송무수행지원 예산도 4억2000만원으로 올해보다 2억2000만원 증가했다.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개인정보위 처분에 불복하며 소송전으로 끌고 가고 있어 개인정보위의 송무 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고 위원장은 “규모가 큰 소송은 대법원(3심)까지 간다고 봐야 하고 새로운 소송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소송비용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인정보 영역이) 신생 영역이다 보니 전문성을 갖춘 로펌이 많지 않아, 개인정보위를 대리하는 작지만 강한 로펌 생태계가 생겨야 도움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AI 등 신산업에 대한 속도 조절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 정책의 핵심을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주로 생각하는데, 산업 초기이기 때문에 속도 제한을 걸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산업 동향에 맞춘 속도 조절은 계속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해선 “처음부터 고속도로를 달리고 싶은 곳은 실시간 안면인식 허용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그건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는데 질주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며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 차원으로 사회적 우려와 부작용에 관한 대응 등 관련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리는 건 아니기에, 다양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가장 큰 변화로는 범정부 마이데이터추진단과 AI프라이버시팀 등 새로운 조직 신설과 처벌조항 강화 등을 거론했다.

고 위원장은 “마이데이터 추진단과 AI프라이버시팀이 별도로 꾸렸고, 관련 영역에 대한 고민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관련 매출액의 최대 3%이던 과징금을 전체 매출의 3%로 책정할 수 있게 돼 과징금 액수가 커질 가능성이 높고,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엔 확률적으로 센 처벌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