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산업이 3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이차전지 소재 공장을 건설한다. 그간 중국에 의존한 이차전지 핵심 소재 삼염화인(PCl3)과 오염화인(PCl5)을 생산할 계획으로 첫 국산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백광산업은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새만금국가산업단지 투자 협약식에서 10만5785제곱미터(㎡·3만2000평) 규모의 이차전지·반도체 소재 공장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새만금 공장은 내년 상반기 중 착공에 돌입한다. 총 투자액은 3000억원으로 39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새만금 공장은 2025년 1분기부터 PCl3와 PCl5를 연간 1만5000톤 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추후 시황과 고객사 주문량에 맞춰 생산 능력을 최대 10만톤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PCl3와 PCl5는 이차전지 전해질염 원재료다. 전해질염은 이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성물로 육불화인산리튬(LiPF6)으로 구성된다. LiPF6를 만들기 위해선 PCl3와 PCl5가 필수적이라 이차전지 핵심 소재로 꼽힌다.
지금까지 PCl3와 PCl5는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해왔다. 소재 공정 난도가 높고 국내 공급망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제품 조달 방법은 수입이 유일하지만, 수명은 2주~1개월로 짧아 장기간 보관이 여의치 않다는 한계도 있었다.
백광산업이 PCl3·PCl5 국산화에 나서는 건 배터리 소재 공급망 안정화 포석이다. 엔켐 등 전해액 업체가 새만금에 LiPF6 공장을 설립하는 등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국내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또 중국 의존도를 낮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도 백광산업 투자를 이끌었다. 백광산업이 새만금에서 PCl3·PCl5 양산을 본격화하면 중국 수입의 상당량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광산업은 새만금 투자로 사업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주력 사업은 기초화학과 염소(Cl2) 등 반도체 특수가스였지만, 중장기적 성장성이 높은 이차전지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복안이다.
회사는 새만금 공장에서 반도체용 소재도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10월 충남 예산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 공장 신설을 위해 3304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새만금에서도 생산이 이뤄진다.
장영수 백광산업 대표는 “회사 투자가 이차전지와 반도체 미래 산업의 밑거름이자 새만금 발전의 초석이 됐으면 한다”며 “이차전지 핵심소재 국산화를 통해 세계적인 화학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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