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한 것

천영석 트위니 대표
천영석 트위니 대표

로봇이 우리 일상에 부쩍 다가왔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무인 카페에서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거나 치킨 전문점에서 반죽한 치킨을 기름에 튀겨주는 로봇 암이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공장과 물류센터에서는 부품이나 주문품을 이송하고, 분류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거노인의 정서 안정을 도와주기 위한 반려 로봇도 등장했다. 이제 산업마다 '로봇의 투입과 확대'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로봇 도입을 놓고 부정적 목소리도 있다. 가난하고 늙은 자의 일할 곳을 로봇이 빼앗고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소위 '로봇=일자리감소' 시각이 대표적이다. 로봇을 투입해 업무적 효율성이 발생함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하는 취지로 고용주가 근로자를 해고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로봇이 투입된 현장에도 사람의 역할은 엄연히 존재한다.

완전 자동화된 공장이라고 하면 로봇을 포함한 기계들만의 공간이라고 떠올릴 수 있지만, 품질 검수나 오류를 확인 및 조치하는 데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 급식실 등 조리 로봇이나 식당 서빙로봇에는 관리와 청소에 인력이 뒤따라야 한다.

트위니가 개발한 자율주행 오더피킹 로봇 역시 사람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오더피킹은 물류센터에서 일손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업무로, 고객의 주문에 맞춰 필요한 물품을 찾은 후 배송처별로 분류·정리하는 작업이다.

기존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직접 작업용지를 들고 대차(카트)를 끌고 다니며 창고를 뒤져야 했다. 물류센터 규모가 크고 취급 품목이 많을수록 근로자는 제품 찾기와 이동에 더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반면 자율주행 오더피킹 로봇을 활용하면 짐을 실어주는 것은 사람이 하지만, 단순 반복 이동 업무를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노동 강도를 낮추고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로봇 도입은 산업 생존과 직결돼 있다. 각 물류센터는 임금 인플레이션과 노동 경색으로 운영비용 상승 및 생산성 저하에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완전 자동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은 일부 대기업뿐이다. 물류 로봇 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이에 최근 물류센터에서는 물류 로봇을 활용해 근로자들에게 업무 편의성을 제공하고 인력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근로자를 보호하고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로봇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산업 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이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이에 근로자 안전을 보장하면서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사고가 잦은 건설 현장이나 제철·발전소에서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이유다. 치킨 전문점 로봇이나 급식실 조리 로봇이 등장한 것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로봇은 앞으로 물류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대·도입될 전망이다.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일을 대체하기 때문에 근로자를 보호하고, 해당 분야 노동력 부족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정해진 미래 수순이다. 로봇은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사람에게 업무의 질을 높여주는 보조자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 yscheon@twinny.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