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핀테크 투자는 지난 해 대비 절반가량으로 감소(추정)한 데다, 기업가치도 절반 내지 3분의 1토막 난 기업이 많아 한마디로 '외우내환'이었다. 이는 2021~2022년 핀테크 투자급증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금리 급등으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가격 할인 요구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2024년은 어떨까. 의견은 분분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대체로 1년가량 투자 휴식기를 거쳤고 미국 연준 의장의 금리인하 발언도 나온 만큼, 핀테크 트렌드에 걸맞는 투자 확대 움직임이 재연될 거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연 2024년 예상되는 글로벌 핀테크 주요 트렌드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접촉식에서 비접촉식으로 결제방식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결제 기술의 발달이다. 정보기술(IT)·디지털 기술은 물론, 사물인터넷(IoT)의 감지 기술(Sensing Technology)까지 결합된 비접촉식이 접촉식 결제방식보다 업그레이드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여파다. 3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영향으로 'Virus is everywhere'란 인식이 퍼졌고, 바이러스 전염 방지를 위해 '비접촉 선호'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향후 글로벌 비접촉 결제시장에선 구미 중심의 NFC와 중국·아시아의 QR코드가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2022~2032년간 연 16.1%로 고성장할 거란 전망이다.
둘째, 비접촉식 결제방식과 함께 크로스보더 결제 확대를 예상한다. 본래 디지털은 시간·공간 제약 없이 국내외 생산자·소비자를 연결, 디지털을 활용한 크로스보더 결제시장은 대단한 성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동안 국가 또는 지역간 결제방식이 달라 시장 확대에 제약이 많았는 데, 최근 글로벌 표준화 시도가 구체화하면서 크로스보더 결제 규모도 확대될 거란 의견이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ASEAN) 경제연합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 12% 고성장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페이나오(PayNow), 베트남의 모모(MoMo),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 등이 대표적인 크로스보더 결제업체다.
셋째, 임베디드 금융 확대도 중요한 트렌드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비금융회사가 금융서비스 중개 또는 판매 차원을 넘어 IT·디지털기술을 이용해 핀테크서비스를 자체 플랫폼에 내장하는 것을 말한다. IT·디지털기술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핀테크서비스라고 보면 한마디로 비금융플랫폼에 내장된 핀테크서비스란 얘기다. 시장에선 금융·비금융의 융합 및 내장 기술이 향상되고, 금융의 겸업 허용이 늘어나면서 임베디드 금융이 보다 뚜렷한 추세로 정착될 거로 본다. 임베디드 금융의 분야로는 결제, 대출, 투자, 보험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결제 분야의 성장속도가 가장 빠를 전망이다. 세계 임베디드 금융시장은 2020년 225억 달러에서 2025년엔 2298억 달러로 10배 이상, 2030년까진 연평균 31.4%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넷째, 사이버보안 수요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간편결제는 소비자에게 편의성과 시간 절약의 이점을 제공하지만, 사기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실제 간편결제 중 BNPL(先구매 後지불) 서비스는 3년간(2020~2022년) 사기 거래가 211%나 증가했다. 사이버보안 시장은 2023~2032년간 연평균 15%의 빠른 성장세고, 2020년대 중반까진 미국·캐나다 등 북미, 그 후 2030년대까지는 아시아가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5G와 IoT 활용이 본격화되면, 사물 비대면거래에 따른 위변조 위험을 막기 위해 사이버보안 수요가 급증할 거라는 의견이다. 이외에 우리나라는 카드 상품이 워낙 다양해 성장 제약이 있지만,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BNPL시장은 지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세대조사에 의하면, MZ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자수수료 면제, 심사 없는 '사실상 여신' 등 이점 때문에 이용자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다가오는 2024 갑진년은 금리하락과 함께 벤처와 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핀테크의 트렌드에 발 맞춰, 핀테크업체의 혁신 노력과 당국의 핀테크 활성화정책이 빛을 발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