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새해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승부를 걸었다. 미국에 처음 짓는 스텔란티스와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가동을 앞당기기로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극대화하며 북미 사업을 본격 전개하기 위한 것으로 삼성SDI는 합작법인(JV) 수장도 교체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을 조기 가동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를 만들고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25년 1분기 가동이 목표였다. 조기 가동 방침에 따라 2024년 하반기 또는 2024년 말 대량 생산이 예상된다.
삼성SDI가 조기 가동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IRA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사정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기 위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 변화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생산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삼성SDI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이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달리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과 모듈에 킬로와트시(kWh)당 각각 35달러,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북미 배터리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 3분기까지 각각 4267억원, 3269억원의 AMPC를 받았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2공장도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진출 및 확장을 결정한 만큼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성SDI는 북미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수장도 교체했다. 김윤재 부사장이 새롭게 스텔란티스 JV 법인장으로 선임됐다.
김윤재 부사장은 그동안 스텔란티스 JV 담당임원을 맡아왔다. 그는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글로벌 생산성 향상 및 품질 혁신을 추진한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직접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건설 현장을 찾으면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최 사장은 연말 대표이사 유임 결정 뒤 첫 대외 일정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북미 사업을 그만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투자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SDI는 최근 북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1공장 생산능력을 당초 연산 23GWh에서 33GWh로 확대하고 1공장 인근에 연산 34GWh 규모 2공장을 마련키로 했다. 2공장은 2027년 초 가동이 목표다. 1공장과 2공장을 더한 배터리 생산 규모는 67GWh에 달한다. 이는 연간 전기차 약 1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