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시장이 21개월만에 역성장을 끝내고 반등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가운데 겨울 가전이 실적을 견인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가전제품 총 판매액은 약 2조9791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8930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21개월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가전시장 성장은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폭이 둔화되고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가전업계는 고물가 여파로 소비심리가 떨어진 것을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의 2023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심리지수(CCSI)는 99.5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올랐다. 소비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겨울 가전 수요가 예년보다 늦어진 점도 11월 매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겨울 가전용품은 보통 10월부터 판매되는데 지난해는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11월부터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11월 가전 매출은 전년 대비 전기매트 33%, 전열기기 21%, 온풍기 31% 증가했다. 10월 전기매트와 전열기기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15%, 14%씩 감소하고 온풍기 매출이 2%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이마트도 10월 품목별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11월 요장판류와 보일러 매출은 각각 15%씩 증가했다. 히터류 매출은 지난해와 유사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보통 10월 초중순부터 매트류, 10월 말부터 히터류 수요가 늘어나는데 지난해에는 날이 따뜻해 한 달가량 수요 발생 시점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김치냉장고는 매출 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 유통업체 A사의 지난해 11월 김치냉장고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김치냉장고 성수기로 꼽히는 9~11월로 넓게 봐도 7% 줄었다.
A사 관계자는 “최근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가 많고, 가계 부담으로 인해 일반 냉장고만 구입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가전 유통업체 B사 관계자도 “9~11월 김치냉장고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가전업계는 2024년을 맞아 신년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월 한 달 간 '2024 삼성전자 세일 페스타' '엘지전자 라이프 쇼핑대축제'를 진행한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