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라고 불리는 대규모 언어 모델에 온 관심이 쏠리는 요즘을 보면, 인간의 지적 창작물인 소프트웨어(SW)가 주목받는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개개인의 손마다 수십개씩 SW가 들려져 있다. 개인은 주로 모바일 앱이라는 방식으로 SW를 사용하고 있지만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역시 또 다른 사용 방식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세계에 통용되는 여러 종류의 SaaS가 들어와 있으며 그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2026년까지 1만개 이상 국산 SaaS를 육성하기 위하여 국내 SW기업과 스타트업에 많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SW 기업에 있어 SaaS 사업의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과거 설치형 SW 대비 유통 비용이 거의 안 든다는 점과 월 사용료 징수를 통하여 안정적인 누적 매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단점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갖추기 위해 사업 초기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과 가입자 수가 꽤 올라오기 전까지는 매출 상승이 적어 이익이 날 때까지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그럼 SaaS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의 사업이 성공할지 말지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실패를 줄이기 위한 큰 방향은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리 많지 않은 월 사용료를 가지고 영업 이익을 내려면 많은 가입자를 단기간에 확보해야 한다. 좁은 국내 시장만 보고 출시한다면 이익이 나기 전에 적자 누적으로 기업이 위태로울 수 있다. SaaS 기업은 자신들의 운영 비용과 벌어야 할 수익을 계산해 보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필히 예상보다 많은 수의 가입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처음부터 글로벌 버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둘째, 넓게 갈지 깊게 갈지 선택해야 한다. 특정 용도의 SaaS를 만든다고 할 때 모든 사용자 요구 사항을 하나의 SaaS에 담을 수는 없다. 또 SaaS는 기본적으로 패키지 SW이므로 고객의 요구 사항 하나하나를 구현해 줄 수도 없다. 결국 기능을 얇게 쉽게 구현해 넓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할지, 아니면 특정 기능을 깊게 구현해 서비스할지, 아니면 특정 세부 업종이나 직업을 겨냥해 필요 기능을 모두 넣어 서비스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많이 사용되는 화상회의용 SaaS, 직원 간 협업을 증진하는 협업용 SaaS, '오피스'라고 불리는 문서 작성용 SaaS 등은 적은 월 사용 비용으로 넓은 사용자 층을 대상으로 공통 기능을 쉽게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직원 인사 평가용 SaaS, 직원 채용용 SaaS, 신용카드 전표 처리용 SaaS 등은 특정 용도의 요구 사항을 깊게 구현한 예가 되겠다. 마지막 예로, 소규모 커피 전문점 관리용 SaaS, 100실 이하 소규모 호텔 관리용 SaaS, 동네 의원 운영용 SaaS는 특정 세부 업종을 겨냥하여 필요한 기능을 구현한 서비스다. 프리랜서 세금 계산용 SaaS는 특정 직업군과 특정 기능을 동시에 겨냥한 서비스에 속한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SW 기업의 현실상 처음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 다만, 어렵기 때문에 성공의 대가가 더욱 달콤한 것이며 세계를 상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인구 규모로 보아 그 SaaS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감히 직언한다.
호웅기 영림원소프트랩 전무·기술경영학박사 wkho@ksyst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