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景氣)가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바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가계대출은 늘어나고, 금리도 높다. 미래를 위한 산업전환에 전력을 다해야 할 기업은 눈앞의 갖가지 시련을 이겨내기에도 버겁다.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라지만, 당장 들리는 여러 전망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저성장,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익숙하다.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가자지구 전쟁 또한 우리 경제에 좋을 이유가 없다. 업계 16위인 한 대형 건설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그 연쇄효과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가 절반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희망적인 새해 덕담을 나눠야 하는 시기지만, 국가의 3대 경제 주체인 '가계-기업-정부' 모두 단단히 마음먹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체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어느 은행의 광고용 표어가 아닌 당면 현실이다.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 그들이 주체가 되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은 우리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하며, 연구개발(R&D) 결과물은 밝은 미래를 앞당긴다. 수출을 포함한 기업의 매출 증대는 국가를 부강하게 해 재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으로 회귀하는 선순환구조를 가져온다.
대한민국 기업·경제지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도는 그 수치 이상으로 가져야 할 책임과 부담이 크다. 민선8기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제 유관기관들은 지방정부로써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2700억여 원의 대규모 확장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단행했다. 2조 원에 가까운 세수 감소에도 불구, 경기도와 도의회는 협의 또는 합의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일부 핵심사업이나 집행률이 낮은 사업에 대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모습을 함께 했다. 그 치열한 과정 속 모두의 공통된 목표는 '경기 활성화'였다. 스타트업 펀드 125억원 등은 대표적인 산물이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예산 편성 즉시 이에 대한 출자를 단행해 스타트업 2호와 3호 펀드에 총 1150억원을 결성 완료하고 투자를 개시했다. 두 펀드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총 3178억원의 펀드가 조성돼 투자가 진행 중이며, 이는 경기도가 펀드를 조성한 1999년 이래 단년도 최대 규모다.
펀드 종류도 다양하다. 창업, 재도전, 소재·부품·장비, 해외 진출, 데스밸리,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스케일업, 경기북부, 미래성장분야 등에 총 7880억원을 조성했다. 투자한 기업들은 코스닥과 코넥스에 각각 50개와 11개 상장됐고, 예비 유니콘기업(11개)과 글로벌 강소기업(11개), 소·부·장 강소기업(6개)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되기도 했다.
청산을 마친 펀드도 투자 당시 대비 기업 매출은 43%, 고용은 18%가 증가해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외기업의 경기도 투자 러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민선8기 투자유치 성과는 이미 50조원을 넘었다.
해외 진출 기업의 도내 복귀도 꾸준하다. 국내 복귀 기업 143개사 중 15%에 달하는 19개사가 경기도에 투자했거나 계획하고 있으며, 이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와 경제과학진흥원은 올해에도 과감한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이들 기업을 위해 '더 많은, 더 고른, 더 나은 기회'를 추구하는 각종 지원 사업의 발굴과 실행에 총력을 기울인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펀드 조성 1조 원 목표를 최대한 앞당기고, 투자유치 100조 원도 가시권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어두운 전망 속, 대한민국 경기 활성화는 '투자천국 경기도'에서 다시 출발하고 있다.
정구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G-Invest 추진단장 pooh@gb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