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도시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첨단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정상급 인재 보유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일례로 불과 6개 대도시 지역인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뉴욕, 보스턴, 워싱턴DC, 샌디에이고, 런던이 세계 첨단기술 벤처 자본투자액의 약 절반을 끌어들인다.
뉴욕과 런던은 벤처 자본 투자 분야에서 각각 4위와 7위를 차지하고 로스앤젤레스는 5위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DC, 시카고, 베이징, 상하이는 모두 스타트업과 글로벌 도시 분야에서 높은 순위다. 전체적으로 세계 선도 글로벌 도시 중 11곳이 첨단기술 벤처 투자 분야 상위 25개 도시에 포함된다. 혁신과 성장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은 힘과 영감을 글로벌 도시에서 얻는다.
도시에 이렇게 많은 자본이 모이는 이유는 인재를 모으고 집중시키는 도시의 능력 때문이다. 도시에 모인 인재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계속 결합해 혁신과 생산성을 대폭 증가시킨다. 이러한 융합은 최근 전개되는 산업적 흐름이 융복합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관련 통계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55개 대도시는 세계 인구의 7%에 불과하지만 세계 경제의 40%를 담당한다. 40개의 거대도시 지역, 보스턴, 뉴욕, 워싱턴 회랑 지역과 같은 도시와 대도시들의 집단은 세계 인구의 18%가 거주하지만 세계 경제생산량의 약 3분의 2, 혁신의 85%를 만들어낸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재와 자본이 모여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속도'다. 급변하는 기술과 산업 트랜드 속에서 빠른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in the New York minute'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매우 빠른 시간 내라는 뜻이다. 물리적 공간이 커짐에 따라 속도는 느려지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업무와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서로 간 물리적 공간을 극단적으로 좁히는 것이다. 2013년 미국 전역에서 벤처 자본 투자의 절반 이상(54%), 그리고 스타트업 10곳 중 약 6곳이(57%) 도시 우편 구역에서 이루어 졌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벤처 자본의 약 60%가 밀도가 높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에서 투자됐고, 뉴욕은 80% 이상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벤처 자본을 투자 받은 구역에서 도보,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전국 평균의 약 2배였다. 미국 전체 벤처 자본 투자의 4분의 I 이상이 전체 노동자 절반 이상이 도보와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지역에 집중됐으며, 벤처 자본 투자의 3분의 1 이상이 노동자의 30%가 도보와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 유럽 등 선도적인 일부 국가에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륙의 국가들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뭄바이, 벵갈루루, 토론토, 파리, 모스크바는 벤처자본투자와 스타트업을 위한 세계 20대 선도 지역에 속한다. 스타트업 도시 허브는 유럽의 베를린, 암스테르담, 리버풀, 뮌헨, 그리고 중동의 텔아비브, 암만에서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전부 도시를 중심으로 더 정확히 말해 도시 내 특정 지역에서 앞서 언급한 내용과 동일한 양상이 그대로 전개되고 있다.
도시로 집중하는 힘은 경제 성장의 주요 엔진이면서 동시에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인재와 경제 활동이 점점 더 소수의 장소로 집중되는 추세는 세계의 도시들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놓을 뿐만 아니라 승자 도시들이 가장 혜택 받은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장소가 되게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끊어버릴 대안을 제시할 이론가와 행정가는 언제 즈음 나올지 궁금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