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 제정 계획을 밝히면서 플랫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공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원 입법' 형태로 정부가 일방통행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특히 유튜브, 알리익스프레스 등 외국계 플랫폼 기업이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관련 협·단체들은 공정위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에 대한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들 협·단체는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해 요구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 간 면담이 쉽사리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업계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의원 입법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정부 입법은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비해 의원 입법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의원 10명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정부가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원입법으로 '속도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의원 입법의 경우 공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계는 지난해 11월 발의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발행주식의 평균시가총액 또는 그에 준하는 공정시장가치가 30조원 이상인 자가 연평균 매출액이 3조원 이상이고 △월평균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수가 5만개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이 법안을 바탕으로 플랫폼 관련 법 제정에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구글, 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국내 플랫폼 시장 또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순식간에 패권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1위 플랫폼은 카카오톡에서 유튜브로 바뀌기 직전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카카오톡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4102만1737명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2위인 구글 유튜브(4102만1401명)와 차이는 336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앞지르고 국내 1위 플랫폼에 등극할 전망이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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