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공방…여 “투자자 감세” vs 야 “총선용”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총선 표심을 의식한 '표(票)퓰리즘 감세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투자자 감세'라고 맞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야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공방전을 벌였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증권업계 준비 미비, 투자자 반발 등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2년간 시행을 유예했다. 그러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도입 폐지를 선포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요구가 큰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여야가 유예 기간을 합의해 시행이 1년도 안 남았는데 이렇게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즉흥적”이라며 “이 정부에서 일관된 건 고소득자에 대해 세액을 감소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은 “시행도 안 했는데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의 원인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금투세를 없앨 경우 1년에 1조4000억원 정도 세수 감소가 있는데 이 세수 감소엔 대책이 있냐”고 따져물었다.

같은당 고용진 의원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기재부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기재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라고 해서 만들어 놓은 금투세인데, 갑자기 금투세 폐지를 들고 나오냐”며 “아무리 대통령실의 입장이 있거나 선거철의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은 지켜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 장관은 “조금 더 소통하는 노력, 그다음에 설명하는 노력으로 즉흥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최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 감세'와는 결이 다른 정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부자 감세가 아니고 정부 경제철학과 관련된, 1400만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 감세”라며 “금투세 폐지는 지금 상황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을 확충하자는 큰 틀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같은 정부의 지침에 지지를 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 중인데 금투세가 과세되면 자본시장이 위축이 되거나 심지어는 붕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많은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며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기회 사다리'를 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