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언어모델(LLM)로 시작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과 서비스들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넘어 거의 모든 서비스와 산업으로 확산되며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생성형 AI로 인한 글로벌 경제 효과는 연간 4조4억달러이고 국내는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ES 2024도 전자기기 전시회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온통 AI 이야기이며, 세계 최대 클라우드 행사인 리인벤트(re:invent)에서도 클라우드는 없고 생성 AI 논의가 그 중심이었다. 이제 AI는 챗GPT를 넘어 우리 비즈니스에 깊숙히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AI 기술력 수준으로는 세계 3~4위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사업화 경쟁에서는 아직 변방에 있는 듯하다. 지난해 여름 기준으로 글로벌 AI 유니콘 기업은 124개인데 한국은 아직 전무하다. 과거 연구개발(R&D) 투자와 AI 인재양성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중 가장 큰 과제는 기술을 혁신적 서비스와 사업 모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 부족과 국내 사업 생태계의 취약점 때문일 것이다.
AI 인재양성을 위해서 우리 정부는 AI 대학원 선정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그 대부분은 연구 개발자 중심 단편적 교육 프로그램이었고, 그나마 배출규모도 연 1000여명 수준으로 현재의 기업 수요에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인력 부족률은 17% (연 8000명)이고, 80%의 SW기업이 AI 인력 구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AI 직무는 더욱 전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는데 비해 인력 양성은 초기 개발자 양성하는데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총 7개 직업군과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아키텍처, 모델최적화 기술자 등의 18개 직업 및 직업별 필요역량을 도출하고 정책 연구를 시작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7개 직업군은 △데이터관리 및 처리 △모델설계 및 최적화 △서비스 및 응용프로그램 개발 △인프라 및 하드웨어 △테스트 및 품질관리 △교육 및 판매 △윤리 및 관리로 나뉘며, 18개 상세 직업별 필요역량은 향후 인재 양성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거나 각 기업들의 사업 전략을 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컨데 이를 바탕으로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AI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인재 양성 정책이 도출됐으면 한다.
올해 정부의 초거대 AI 플래그십과 AI 확산 사업 등의 예산 증액은 국가 R&D를 포함한 전반적 예산이 30% 이상 축소된 것이 비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기업 간 경쟁 수준을 넘어 미국, 중국, 유럽이 국가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전쟁을 시작한 현 상황에서는 그 아쉬움이 크다. 예산의 문제만이 아니다. 20년 이후 큰 폭의 노동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폐쇄적 고용시장에 대응 가능한 다국가적 사업환경의 조성과 체계적 실행계획 수립이 전문인재 확보 전략과 그 괘를 같이 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정치적 휘둘림 없이 비전에 부합되는 지속가능한 추진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위한 국가의 책임이며, 각 기업과 경영자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tony.lee@saltlu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