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정부는 급작스럽게 코인공개(ICO) 전면금지를 발표했다. ICO는 신규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사기나 부실한 프로젝트 위험이 높아 투자자를 보호하기가 어렵다. 당시 광풍에 가까울 정도로 전 국민이 ICO에 뛰어들어 건전한 투자와 더불어 옥석을 가릴 수 없는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깃발부대나 다단계 같은 불법적 투자유지 행위가 빈번했다.
소비자 피해와 더불어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의 불투명성과 변동성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도 많았다. 그러나 국내 ICO 전면금지로 우량한 프로젝트들이 자본조달 기회를 상실했으며 한국 내 투자자들 역시 국내 시장에서 ICO에 투자할 수 없게돼, 해외 ICO나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을 투자하는 형태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했다. 또 국내에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할 기회가 제한되면서, 이 분야에서의 기술적 진보와 혁신이 느려졌다. 다른 나라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고 발전시키는 동안 한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단적으로 2019년 이전 세계 1위의 알트코인 시장국이었으나 이제는 존재 자체도 없게 되어 버렸다. 더구나 자본시장으로서의 경쟁력 상실과 더불어 블록체인을 통한 산업혁신 생태계 조성 경쟁력도 약화됐다.
최근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공개(STO)를 제도권으로 유입하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성공여부가 국내는 물론 세계 금융가의 관심이 되고 있다. 현재 STO 소비자 보호에 대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입법 준비 중이며 ICO재개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정부당국도 언제까지 ICO를 전면 금지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2024년 현재, 각국의 ICO에 대한 허용과 규제 환경은 다양하다. 스위스는 ICO를 결제, 유틸리티, 자산 토큰 영역으로 분류해 시행하고 있으며, 불법행위나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금 세탁, 은행, 증권, 집합 투자법 등을 포함한 규제를 적용한다. 독일,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는 ICO를 전면 허용하되 핵심적 사안에 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개방하기 위한 필요 작업 및 과제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정책적, 법적, 기술적, 그리고 시장 관련 측면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ICO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규제를 수립해 기업들이 법적 기준을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 예를 들어 사기 방지, 자본 손실 보호 등의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ICO 및 관련 활동을 감시하고 규제할 수 있는 감독 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실시간으로 ICO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ICO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는 안전하고, 오류가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ICO 프로젝트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ICO를 진행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평가하기 위한 준 공공기관 성격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ICO와 관련된 위험을 이해하고, 정보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투자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며 일반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블록체인 및 ICO의 잠재력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통해 ICO에 대한 글로벌 기준과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트레블룰 등 국제적으로 호환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에서 ICO를 성공적으로 통합한 사례를 연구하고, 그것들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ICO 전면 개방을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준비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을 활용하면서도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