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행을 위한 추가 자구책 중 하나로 SBS 지분을 담보로 추가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정부당국과 채권단이 신뢰가 깨졌다며 성의있는 자구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또한 기존 4가지 자구계획 이외에도 추가로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추가자금을 마련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이 입장을 밝혔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을 위해 SBS를 매각할 지 여부는 업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태영 측은 방송법 규제로 인해 지분 매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채권단은 알짜 계열사를 보호하고 부실화 계열사는 '꼬리자르기'를 단행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양 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번 태영 그룹의 추가 자구책 역시 SBS 지분 매각이 아닌 담보 제공을 통한 자금 마련으로 귀결됐다. 태영은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오는 4월까지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 자구책 시행이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앞서 이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금융현안 논의 간담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태영그룹이 보여준 모습이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자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진정성 있는 추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태영의 추가 자구책을 채권단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오는 10일 워크아웃 개시가 되면 실사를 통해 확정을 짓게 될 예정이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채권단에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금융채권 유예를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그룹 전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결과를 피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 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태영 측이 내놓은 추가 자구책을 채권단이 받아들인다면, 채권 만기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담당자 등이 겪게 될 문제점도 정부 당국이 조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비조치 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해당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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