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자개발은행(MDB)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폐수 재사용·농기계 현대화 등 식량안보 지원 사업을 확대하면서 국내 민간 기업에도 수혜가 기대된다. 한국은 세계은행(WB)부터 미주개발은행(IDB)까지 정식회원국에 가입돼 국내 민간 기업의 국제경쟁입찰 참여에 따른 프로젝트 수주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진행되는 튀니지 농촌 폐수 재사용 프로그램에 8200만유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AfDB 원조자금은 튀니지 11개 주에서 19개 폐수처리 공장의 전기 기계·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사용된다. 폐수를 깨끗하게 정화함으로써 농업용수를 확보해 수처리장 인근 3000헥타르 농경지에서 파종을 할 수 있다. 폐수처리 효율이 높아지고 전력 사용료가 줄어들어 현지 주민 67만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AfDB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가뭄, 물부족에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가중된 가운데 올리브, 대추, 과일, 육류, 유제품 등 식량 안보에 크게 기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농업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지 국영 농업지주회사 아타메켄-아그로에 10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아타메켄-아그로는 트랙터, 수확기-탈곡기, 분무기 등 농기계를 최신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현장에 첨단 농업기술을 활용할 인력 양성에도 투자한다. 부족한 자금은 독일 정부가 국제기후이니셔니브(ICI) 차원에서 펀딩하는 '농식품 넥서스 프로그램(ANP)'을 통해 추가 조달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4월 8~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태평양 식량안보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아·태지역 개도국 식량안보 강화에 최소 140억달러 원조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공약을 중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공유할 계획이다.
한국은 ADB 회원국 중 8위 수준인 5% 지분을 갖고 있고, 1982년 AfDB, 1991년 EBRD 회원국에 정식 가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코이카 무상원조·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유상원조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확대하고 MDB와 협력해 개도국 식량안보 사업 민간 참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ODA 예산을 전년대비 65% 증액한 1867억원으로 확정하고 아프리카 식량난 극복을 위한 K-라이스벨트 사업 등을 본격화한다.
안건형 경기대 교수는 “우리나라 민간 기업들은 스마트팜, 디지털 농업용지 관리 등 역량을 앞세워 한국 정부가 발주한 ODA를 통해 개도국 식량 생산성을 제고하고 해당 실적을 발판으로 MDB 프로젝트 수주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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