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기체 이온 탄생과 변화 과정 실시간 포착…'구조적 암흑 상태' 최초 규명

우리 연구진이 이온의 숨겨진 변신 과정을 포착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이효철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팀이 기체 상태 이온의 탄생·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온이 '구조적 암흑 상태'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계들을 거쳐 생성물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생활에서 우주까지 이온은 곳곳에서 중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온 구조 및 형태 변화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이브로모프로판 분자에 대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 전자 회절 실험 구성도
다이브로모프로판 분자에 대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 전자 회절 실험 구성도

수 피코초(1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수 옹스트롬(1억 분의 1㎝)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이온의 시간과 공간에 따른 변화를 실험으로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 계와 고립된 기체 상태 이온의 동역학을 관찰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서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사이언스, 2005)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네이처, 2015) 그리고 화학 반응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의 분자 구조(네이처, 2020)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한 바 있다.

당시 연구는 X선을 이용해 진행됐지만, 이온 동역학 관측을 위해서는 더 높은 민감도를 가진 실험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더 빠르고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전자회절(MeV-UED:교류 전자총으로 전자를 가속하는 초고속 전자 회절 실험장비)' 장비를 활용했다.

특정 이온을 실험에서 관측할 정도로 대량 생성하기 위해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 기법(짧고 강한 레이저 펄스를 조사해, 공명 에너지 준위로 분자를 이온화하는 기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중성 상태 분자와는 다른 이온의 독특한 거동도 포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1,3-다이브로모프로판(DBP, C3H6Br2)에서 유래한 양이온 생성·구조변화 과정을 관찰했는데, 양이온이 생성된 후 아무런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적 암흑 상태에 머무르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2차원 회절 이미지 및 등방성 및 비대칭 성분 분해 결과
2차원 회절 이미지 및 등방성 및 비대칭 성분 분해 결과

구조적 암흑 상태는 약 3.6피코초 동안 지속됐다. 약 15피코초 후 DBP 양이온은 느슨하게 결합된 브롬(Br) 원자를 포함한 중간체로 변환됐다가, 77피코초 후 브롬 원자가 떨어져 나가며 최종적으로 브로모늄 이온((C3H7Br)+)을 형성했다.

제1저자인 허준 초빙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분자 이온의 구조적 동역학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최초의 연구”라며 “기체 이온 이해를 확장한 만큼 화학 반응 메커니즘, 물질 특성 변화 및 우주 화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김도영 학생연구원은 “이온은 반응성이 높아 오랜 시간 존재하지 않고, 한 종류만 선택적으로 합성하기도 어려워 구조변화를 실시간 관측하기 어려웠다”며 “생성된 기체 이온이 바로 구조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를 유지하다가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이효철 단장은 “이번 연구는 흔하지만 밝혀지지 않았던 이온의 감춰진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낸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그리고 과학자들이 풀어내야 할 물질세계의 경이로운 비밀은 많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