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동로봇(AMR)은 대부분 2D 라이다(Lidar)센서를 사용한다. 3차원 세상을 2차원으로 인식하다보니 사람과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스타트업이 수술용 로봇에 사용돼 온 초정밀 시각센서를 산업현장과 서비스분야 로봇에 접목, 로봇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시각센서 전문기업 잇츠센서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기술창업 스타트업 잇츠센서(대표 강대천·이현기)가 설립 만 1년만에 로봇에서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초정밀 시각센서를 개발,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잇츠센서는 뇌수술용 의료로봇을 개발한 핵심인력과 DGIST 연구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창업기업이다. 옵티컬 트레킹 센서(OTS:Optical Tracking Sensor)라는 고정밀 센서기술을 활용해 산업용 및 서비스용 로봇의 정밀제어가 가능한 센서를 개발했다. 산업 및 서비스분야에 적용된 기존 센서의 오차가 50㎜라면, 이 회사가 개발중인 센서는 0.5㎜로 정밀도가 100배나 된다.
캐나다 NDI가 개발한 OTS는 마커에 반사되는 광원을 3차원으로 측정 및 분석해 목표물과의 거리와 방향을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다. 현재 센서에 대한 특허 존속기간이 만료돼 누구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지만 기술난이도가 높아 그동안 정밀도를 요구하는 의료산업현장에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상장기업 A사가 유일하게 뇌수술용 로봇으로 상용화했을 뿐이다.
당시 해당기업에서 기술개발을 주도했던 인력이 잇츠센서 창업에 동참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의료분야에서만 활용되던 정밀센서 기술을 일반 산업분야에 범용으로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상용화에 성공하면 산업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하던 많은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고 자동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잇츠센서는 실제 창업은 1년밖에 안됐지만 2022년부터 DGIST 창업팀을 구성, 대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실험실 창업선도대학사업의 예비창업팀으로 참가, 1년간 창업준비과정도 거쳤다.
준비된 스타트업이다보니 창업 4개월만에 실험실 특화 창업중심대학사업 초기창업기업에 선정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도 선정, 7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는 등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잇츠센서 강대천·이현기 공동대표는 각각 바이오와 로봇분야 핵심전문가다. 일본 동경대 의료유전체학 박사 출신 강대천 대표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의료기기분석 및 사업화 경험이 풍부하다. 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 이현기 대표는 OTS 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기계공학 전문가다.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가 DGIST에서 만나 로봇산업에서의 고정밀 복합 센서 상용화, 나아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정밀센서기반 사업화를 목표로 창업을 하게 된 것이다.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고,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벤처캐피탈(VC) 대덕벤처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또 대구지역 중견기업 경영자 및 창업가들로 구성된 에스비엔젤클럽이 처음 결성한 1호 투자조합의 첫 번째 투자기업으로 선정돼 투자유치를 받았다. 재무적 투자를 넘어 향후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 민간투자연계형 기술사업화지원사업 주관기관과 신용보증기금 혁신스타트업 보증프로그램 지원기업에 각각 선정됐다.
잇츠센서는 국내 최초로 글로벌 센서 안전인증도 획득할 예정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안전인증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지원하는 실험실특화 창업중심대학사업을 통해 OTS기반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있어 기존 서빙로봇이 할 수 없었던 직접 서빙 및 수거 서비스가 가능한 서빙로봇을 머지않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기 대표는 “세계적으로 센서 안전인증을 받은 기업은 3곳뿐이고, 국내에는 다양한 로봇이 현장에 쓰이고 있지만 안전인증 받은 센서를 채택한 로봇은 없다”면서 “안전한 로봇활용을 위해 힘들고 어렵지만 안전인증을 받아 좀더 안전하고 부가가치가 큰 센서를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천 대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헬스케어분야에 앞서 우선 서비스와 산업용로봇에 적용하기 위해 창업했고, 현재 조금씩 매출이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잇츠센서의 고정밀 센싱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알려 기업 가치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