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등 국내에 진출한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1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를 방문해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을 만나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경쟁법 제정 취지와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미국 플랫폼 업계 의견을 전해들었다.
알파벳(구글)·메타(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5개사는 한국 정부의 플랫폼경쟁법에 앞서 최근 유럽연합(EU)이 시행한 포괄적 사전규제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이들 기업에는 자사 상품 판매나 고객 개인 정보 등을 이용한 광고가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한국 정부가 플랫폼경쟁법을 제정하면 유럽에이어 '사전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미국 플랫폼기업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암참과 공정위 면담을 통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한다.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EU처럼 미국 빅테크가 타깃이 돼도 국내 토종 플랫폼 기업 성장까지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사전규제로 물가가 상승하고, 영세 사업자는 판로를 잃으면 최종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암참은 “새로운 사전규제보다 기존 법을 활용해 최소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플랫폼경쟁법이 새로운 금지행위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육 처장은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차단하고 플랫폼 기업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제정안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플랫폼경쟁법은 기존 공정거래법과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 규제하는 반칙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앞으로 국내 플랫폼 업계, 소상공인 업계, 소비자단체 등과도 소통을 확대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고려해 플랫폼경쟁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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