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IT 경쟁력 내재화에 속도를 낸다. IT 자회사 개발인력을 본체로 흡수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업무 효율성을 도모한다.
우리금융은 그룹 IT 운영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하고 '신(新) IT 거버넌스'를 가동한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그룹 IT서비스 개발을 담당해 온 우리FIS는 그룹 공통지원·업무지원 시스템 등 IT인프라 운영을 맡고 은행과 카드가 직접 서비스 기획과 개발을 담당한다.
이달 5일을 기점으로 상암동에 소재한 우리FIS 직원 중 은행 전담인력 780여명이 우리은행 소속으로 이적해 회현동 본점으로 이동했다. 카드 전담인력 170여명도 우리카드로 적을 옮기고 수송동 우리카드 본사로 이동했다. 우리FIS 직원 중 90% 이상을 담당 업무를 따라 은행과 카드에 재배치 한 것이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개발기간이 최대 50% 단축될 것”이라면서 “외주개발 최소화와 중복요소 제거에 따른 비용절감, 현업 직원 IT역량 향상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모바일뱅킹 등 10개 플랫폼 부서 신규개발 업무는 은행 현업직원 260여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인력 240여명이 '원팀'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개발이나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단축된다. 길게는 30일 걸리던 개발기간이 2주 이내로 5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개편으로 은행 약 130억원, 카드 약 20억원 등 연간 총 150억원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절감한 비용만큼 디지털·IT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신(新) IT 거버넌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경과한 11일 현재까지 사고나 장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옥 부사장은 “개발 관리포인트가 줄어들어 장애 예방 등에 효율적”이라면서 “플랫폼 부서 신설에 따른 정합성 점검에도 신경쓰고, (인프라를 맡은) 우리FIS 인프라와 소통을 위해 주요 임원이 양쪽을 겸직하며 안정화 시키겠다”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개편을 발판으로 STO·CBDC 등 디지털 자산 시장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진행 중인 '우리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New WON)'역시 이번 개편에 따라 개발기간 단축이 기대된다.
이 밖에도 '뱅킹 기반 서비스(BaaS)'로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는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생성형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활용도 더 활성화한다. 우리금융은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뱅커'를 오는 3월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한 '직원용 AI 지식상담 서비스'도 올해 안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도 상반기 내 인공지능(AI) 자회사 신한AI 전 직원을 신한은행으로 이동시킨다. 신한AI는 조직 슬림화 방침에 따라 설립 5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신한AI 인력은 신한은행에서 AI 사업 개발과 출시 준비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신한AI를 통해 △AI 은행원을 비롯해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 AI 솔루션(마이쏠)' △은행권 최초로 AI 영상분석기술 활용한 'AI 이상행동탐지 ATM' △은행권 최초로 여신업무에 업무 자동화를 위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 △신한투자증권의 금융GPT '모물(모르면 물어보세요)'을 도입하거나 개발해 왔다.
은행 관계자는 “IT 기획·개발능력을 흡수해 본체에 내재화 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면서 “AI, 슈퍼앱 등을 테마로 금융서비스 디지털화가 가속화 되고 있어 금융IT '원팀'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