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

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공식 승인함에 따라 주요 가상자산과 증권시장 관련 종목이 크게 요동쳤다. 비트코인은 물론 다음 ETF 출시가 기대되는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가상자산 관련 일부 테마주도 상한가를 찍었다.

11일 코인마켓캡 기준 1비트코인(BTC)는 SEC 승인 발표 직후 6% 가까이 폭등하며 6500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비트코인이 6500만원을 돌파한 것은 26개월만이다.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상자산 가격 전반이 일제 상승했다. 이더리움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8% 이상 오른 2600달러(약 342만원) 선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 이상 오른 가격이며, 지난 2022년 4월 가격을 1년 8개월만에 회복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SEC는 10일(현지시간)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한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이번 SEC 결정에 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번에 출시 허가를 득한 발행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아크인베스트먼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등이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그레이스케일이 제안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에 대해 SEC가 거부한 것과 관련, 법원은 이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며 “이를 고려할 때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은 SEC가 해당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번 SEC의 조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된다”며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는 신호 혹은 기준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SEC의 이번 결정으로 비트코인 투자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비트코인은 회계규정과 규제 등의 이유로 기관에서 쉽게 매입할 수 없었지만, 현물 ETF 출시로 기관도 자산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편입할 수 있게 됐다.

관련 시장 호재로 인식됨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관련 종목들도 급등했다. 같은 날 우리기술투자는 전날보다 29.98%(1850원) 오른 8020원, 한화투자증권도 29.99%(1015원) 상승한 44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들 종목은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제프 빌링험 체이널리시스 전략기획 총괄은 “비트코인 ETF 승인은 은행 자산 관리, 전문투자자문사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기관 참여자들도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제공한다”며 “단기적인 시세 변동의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