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났다. 이 전 대표는 '특권 없는 정치'을 내세우며 개헌을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촉구했다. 연구·개발(R&D) 지원과 기업 규제 혁파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이 사라지고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민주당의 본래 정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길로 나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당내 비판자와 제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겉은 파란색이지만 속은 빨간색이란 은어)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다”면서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 이유로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면서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도 함께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며 “경제에서는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복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를 국가가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부담-중복지'로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들과 손을 잡겠다고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 3인방은 12일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 이들을 중심으로 신당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면서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 등과도 연대를 확대해 나갈지 주목된다. 연대의 형태가 '합당'이 될지, 느슨한 형태의 선거연대가 될지 아직 가늠하긴 이르지만, 빅텐트 구축을 통해 '제3 정치세력'으로 입지를 굳히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