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확대로 국내 배터리 장비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배터리 제조사들의 북미 투자 확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도 적정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 대다수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 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전극공정 업체인 피엔티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33%가 증가한 557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이 회사 연간 최대 매출이다.
조립공정 업체인 엠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조립공정 업체인 하나기술은 63.7%가 늘어난 1864억원을, 디이엔티도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어난 1186억원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전극과 조립 외 다른 공정 장비도 전기차 시장 확대 효과를 누려, 활성화공정 업체인 에이프로는 지난해 매출액이 1818억원으로 지난 2022년 대비 129% 성장이 전망됐다. 물류장비를 생산하는 코윈테크 지난해 매출은 34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9.5% 성장이 예상된다. 이차전지 물류장비와 자회사 씨아이에스를 통해 전극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 1조7472억원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3.7%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장비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배터리 북미 투자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단독 2개와 합작 6개 등 총 8개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에 있다. SK온도 단독 2곳과 합작 4곳의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SDI도 북미 3개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많은 장비 업체가 최대 수주잔고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실적 성장폭이 크지 않았던 전극공정 업체 씨아이에스의 경우 8000억원 이상 수주잔고가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에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원익피앤이는 2025년 수주잔고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다만 수주 산업인 장비 업계 특성상 긴 리드타임에 따른 매출 인식 지연, 분기별 매출 편차, 낮은 영업이익률은 변수다. 장비 발주가 나오더라도 고객사 공장에 장비가 설치되고 제품 검수와 시생산이 끝나야 매출에 반영되는데 평균 18개월이 소요된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 증설이 몰리면서 수주 확대로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생산능력을 확대와 신규 장비 개발을 위한 투자 비용도 커졌다”면서 “리드타임이 길어 매출 인식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한편 유지보수 매출을 늘리고 신사업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