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2028 대입 개편, 평가 혁신 위한 첫걸음돼야

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
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

작년 12월 27일, 교육부는 2025년 고1 학생부터 적용받는 2028 대입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는 내신 5등급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원안을 유지하면서 사회와 과학 교과의 융합선택 과목에만 상대평가 병기를 제외한 것, 그리고 수능 과목에서 통합형 운영 방식은 그대로 두되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2028 대입 개편안을 보면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학교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면서 학교교육과 대학입시의 안정적 운영을 함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내신에서 5등급 절대·상대평가 병기를 유지한 것은 등급 간 격차를 줄여 학생 간 무한경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성적 부풀리기, 학교 및 과목 간 내신 유불리를 방지해 대입에서 고교 내신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들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2028 대입 개편을 다음의 세 가지 논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내신에 5등급 절대·상대평가를 병기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교육계의 평가는 엇갈리나, 기존의 9등급을 5등급으로 축소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학교에서 성적을 상대평가로 산출하는 것은 이미 잘하고 있는 학생들을 굳이 남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지 따지는 것이므로 크게 잘못됐다.

또, 절대·상대평가 병기가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제한하고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 여건을 고려할 때 교육 현장이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비판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그리고 대학이 학교교육을 기반으로 대입 전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상대평가가 아직은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은 성취평가제임을 분명히 밝히되 그 도입은 단계별로 진행하는 전략이 맞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회·과학 교과의 융합선택 과목에 상대평가를 폐지한 것은 주목해 볼 장면이라 하겠다.

둘째, 수능 과목의 통합화와 단순화다. 2028 수능에서는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합적 사고력을 맞춤형 과목 응시보다는 공통된 통합과목 운영을 통해 구현하려 한다.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 폐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공통 응시 체제 도입은 융합적 사고력의 길목으로 가는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수능의 다른 특징은 단순화다. 논서술식 대신 객관식 유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에 수능과목 지위 부여, 국어 수학 선택과목 폐지 등을 보면, 향후 수능은 공정한 대입을 위한 기능적 역할에 한정되고 유의미한 교육적 변별은 학교 내신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수능과목이 아니더라도 사회와 과학 교과의 일반선택 진로선택 과목을 학생들이 충실히 이수하도록 자극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기로 한 부분이다. 심화수학이 미래 시대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중요한 과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오늘날에도 심화수학을 국가 표준화 시험을 통해 장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현대 교육은 학생들이 시험을 대비하여 심화학습을 하도록 하기보다는 학생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학교교육과 대학교육을 연계하여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통합형 수능 과목체계 도입의 취지, 사교육 증가 문제, 수험생 시험 부담 등을 고려하면 심화수학은 수능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관련 교과목을 학습하고 대학은 이에 대한 평가 결과를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더욱 타당하다.

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전 입학본부장) kwonohy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