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소비자 금융을 위한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주택담보 대환대출은 9일 출시됐고 이 달 내에 전세담보 대환대출 및 보험상품 비교 추천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펀드를 제외한 대출, 카드, 예금, 보험상품이 플랫폼상에서 비교 중개가 가능해진 셈이다.
금융상품 중개는 대출상품이 포문을 열었다. 2020년 금소법 시행을 계기로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한 플랫폼은 대출성 상품의 비교 추천 행위가 가능하다. 예적금과 보험은 2023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허용됐다. 이들은 향후 성과 여부를 검토하여 금소법으로 제도화할 예정이다.
중개서비스 확대로 금융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첫째, 소비자의 편익 향상이다. 소비자는 금리나 한도 등 유리한 입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쉽게 비교하고, 여러 금융사 앱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탐색비용의 절감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한편 금융사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편익은 증가한다.
둘째, 플랫폼 영향력 확대다. 대출상품의 경우 2020년 2.8조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이 2023년에는 약 20조원 전후로 추정된다. 2023년 5월 말에 시작한 신용 대환대출은 약 7개월 동안 이용자가 10만3000명, 거래액이 2조30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시장 거래액이 상당한 주택담보 대환대출과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 중개는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은 수익원의 확장과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금융사와 플랫폼사간 협력과 경쟁 확대다. 물론 수수료 및 상품 선정 등 막판까지 논쟁이 치열했던 보험처럼 팽팽한 긴장감도 있다. 그러나 영업점 및 모집인 채널에 대부분 의존했던 금융사는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신규 고객을 넓힐 수 있다. 영업망이 부족했던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대거 유치한 것이 그 예시다. 이들의 2022년 기준 전체 신용 대출 대비 플랫폼 대출 비율은 각각 52.4%와 34.4%에 달한다. 한편 금융사는 확보된 고객층의 유지를 위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주요 과제다.
다만, 우려 사항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부 빅테크의 중개 규모가 커질수록 과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규 신용대출의 경우 3개 대형 플랫폼의 중개 점유율은 90%를 넘는다고 한다. 과점이 심화되면 향후 중개 수수료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 편익 향상이란 대전제가 희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면밀하게 봐야 할 점은 플랫폼 모델을 지향하는 중소 핀테크가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다. 이들은 빅테크처럼 넓은 고객 기반도 없고,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력도 충분치 않다. 상품 제휴 및 수수료 등 금융사와의 협상력에서도 낮은 위치다. 주택담보 대환대출의 경우에는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와의 제휴가 빅테크 플랫폼에 쏠려 있다고 한다. 중개 플랫폼에 필요한 라이선스가 있어도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와의 제휴가 원활치 못하면 시장에서의 소외는 시간문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핀테크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해결점 중 하나는 정책당국과 금융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다. 필요하다면 정책당국은 금융사에게 중소 핀테크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적극적인 독려도 요구된다. 또한 빅테크 플랫폼의 중개 한도 조정도 고려해볼만 하다. 모처럼 혁신의 성과물인 금융상품 중개서비스를 통해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중소 핀테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금융의 지속 성장을 위한 중요한 대목이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