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다.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자연계나 공학계열 학과를 기피하며, 적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의대, 치대, 약대로 몰린다는 얘기가 매스컴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의 이러한 입시 열풍과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챗GPT에 관련된 내용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AI는 2016년에 이세돌과 대국을 했던 알파고(alpha Go)로 인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가 2022년 11월 30일에 OpenAI사에서 개발한 챗GPT의 출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 여러 면에서 전 세계 인류에게 강렬한 인상과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가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던 AI 분야의 작업이 챗GPT 도움을 얻어 이제는 공학이나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도 손쉽게 이해하고 약간의 노력만으로 AI를 이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AI 도구를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에서도 앞장서 'AI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시급히 AI 관련 대학원의 첨단 학과 정원을 늘려주고, 관련 예산도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의 요구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프랑스의 '에콜42'라는 기관은 AI시대를 맞아 현업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학위'를 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첨단기술도 아니고 첨단학과의 교육내용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치는 이 기관에 많은 사람이 열광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과거와 달리 대학에서 학위취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실제 정규 대학 대신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는 비학위 과정을 원하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미네르바대학(Minerva University)도 초창기에는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대학이었다. 최근 들어 대학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여러 대학평가에서 단연 세계 1등을 차지하는 대학이다. 미네르바 대학은 학생, 교수, 대학의 스텝, 강의 장소, 강의 방법, 강의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전통적인 대학과 전혀 다른 형태의 교육기관이다. 올해 이 대학의 입학 경쟁률은 100대1을 넘었다.
앞으로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제까지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선호했던 직업인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의 직업은 모조리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이라고 한다. 실제 현재 미국의 대규모 대학병원의 약사는 100%가 AI 약사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이제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목표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학들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AI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그동안 단단하게 기득권과 명예를 지켜주던 대학의 높은 담장을 과감히 허물고 세상으로 나와 부딪쳐야 한다.
결론적으로, 챗GPT에 'AI시대 대학의 위기'에 대해서 한 줄로 요약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주었다. 'AI시대, 대학의 위기는 변화에 대한 대응력 부족이 문제이다.'
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전문대학원장 kskim3@assist.ac.kr
◆김경성 원장=서울교대 총장,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장,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