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급락으로 양극재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양극재 주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80% 가까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되살아 날 것으로 전망돼 분위기 전환에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가 4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2804억원을 기록, 시장 전망치(영업이익 69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전 분기에 비해서도 2922억원이 줄었다. 엘앤에프는 연간 실적에서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2241억원 영업손실을 내 회사는 4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도 지난해 역성장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지난해 매출은 7조3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3193억원으로 16.1% 감소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6개월 전 5700억원대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포스코퓨처엠도 지난해 매출액 컨센서스가 4조9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1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축소될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30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주요 양극재 업체들이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나빠진 이유는 리튬 가격 급락이 꼽힌다.
양극재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메탈 가격 변동분을 일정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매 가격에 연동하는 계약을 맺는다. 메탈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저렴하게 구매한 원재료로 양극재를 만들어 비싸게 팔고, 이에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반대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가격이 비쌀 때 리튬을 샀는데, 실제 공급 시기에는 광물 가격이 떨어져 공급가가 낮아지는 것이다. 양극재 제품 가격은 현재 시점의 광물 가격을 기준으로 연동된다.
원재료 투입과 제품 판매 시점의 차이 때문에 수익성이 하락하는 것을 '역래깅 효과'라 부른다. 이런 역래깅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2022년 11월 ㎏당 580위안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공급 과잉과 수요 약세로 가격이 급락하며 현재 ㎏당 80위안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다른 양극재 핵심 원재료인 니켈 가격 역시 지난 2022년 3월 사상 최고치인 톤당 4만2995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해 현재 톤당 1만6000달러 수준에 거래된다. 2022년 톤당 8만달러까지 갔던 코발트 가격도 현재 2만8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극재 업체들은 리튬 재고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업스트림(원재료) 투자 확대를 통해 직접 조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리튬 시세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영향을 최단기로 끝내기 위해 원재료 협력사와 협의를 통해 구매량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하락을 반영한 지난 4분기 양극재 판가는 3분기 대비 10%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1분기 중국 탄산리튬 평균 가격은 톤당 10만위안으로 2분기에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