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로코노미' 열풍이 심상치 않다. 로코노미는 'Local+Economy' 합성어로, 거대 상권보다 지역과 동네를 중심으로 소비하는 최근 생활상을 반영한 용어다.
이런 사회 흐름에 따라 우리 동네만의 개성과 가치에 주목해 재탄생한 상권이 있다. 충남 공주시 제민천 상권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상권이다. 두 상권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지원하는 '동네상권발전소 사업' 지원으로 탄생했다.
동네상권발전소 지원 사업은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협업해 지역상권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상권 비즈니스 전략 모델 발굴을 목적으로 지난해 처음 추진됐다. 골목형 상점가 등 점포수 30개 이상 예비 자율상권 지자체와 로컬크리에이터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선정되면 협업과제에 드는 자금을 최대 2억원(국비 50% + 지방비 50%) 지원한다.
◇역사와 문화가 합쳐져 탄생, 충남 공주시 제민천 상권
'백성을 구제한다'라는 의미인 '제민천'은 공주 역사와 시민 삶이 자리 잡은 물길이다. 지역 교통 요충지지만 그동안 역사, 문화자원으로 개발규제로 상권이 쇠퇴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제민천 일대 원도심 상권은 올해 동네상권발전소 지원으로 상권전략 수립, 역량 강화, 로컬 브랜드를 발굴해 상권 활성화를 추진했다.
동네 상권 거버넌스를 구축해 '상권 비전 워크숍', '제민천 마을 페스타' 등 상인, 주민, 관계자 간 소통의 장을 지속 마련했다. 상권 비전 워크숍에서는 상인-주민 간 상권의 미래 발전상을 도출하고, 이를 아카이빙해 웹페이지 구성에 활용했다. 제민천 마을 페스타도 개최해 상권 내 다양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음악, 예술, 토크 이벤트를 개최하며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권을 알리기 위한 상권 미디어 구축과 로컬 브랜드 개발도 함께 진행했다. 지역 상권 미디어 웹진을 발행해 상권별로 웹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더불어 지역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홍보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며 상권 현장감을 살린 콘텐츠를 제작해 활력을 더했다. 이외에 BI 제작, 플래그스토어 운영 등 제민천 신규 앵커 브랜드를 개발해 지역민뿐만 아니라 방문객 관심을 사로잡으며 공주 구도심을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치유를 통해 활기를 되찾은 서울 용산 이태원상권
서울 중심에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품은 이태원 상권이 있다. 다국적 문화뿐 아니라 쇼핑문화, 야간여가 등 젊은이들의 성지로 주목받은 곳이다. 다만 지난 2022년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는 상인, 주민들을 절망에 빠트렸다.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자 상인과 주민들은 이태원 '헤리티지'에 주목했다. 이태원 크리에이터와 인터뷰, 이태원 레거시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 고유 유산을 기록하고 공유했다.
빈 점포를 활용, 팝업스토어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을 운영하며 이태원 과거와 현재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공유와 경험의 장소로 활용했다. 헤리티지 맨션은 24일 동안 하우스 파티, 전시, 다양한 팝업존으로 구성돼 이태원 음식, 패션, 문화 등을 소개하고 공감하는 장소로 운영되고 있다.
이태원 상권 회복 중심에는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이 있었다. 이태원 로컬자원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나아가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지역민, 외부 방문객과 다채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이태원 상권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 오프라인 행사 방문객은 보름 만에 약 1만4000명을 달성했고, 매거진은 완판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콘텐츠의 경우 방문 수가 17만회를 넘었다.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지역 고유 가치를 살린 상권개발은 상인과 지역민뿐 아니라 방문객에게도 신선한 활력을 주고 있다”면서 “상권 활성화는 곧 지역경제 원천이므로 조만간 공고되는 동네상권발전소 지원 사업에 많은 상권이 신청해 새로운 로코노미 열풍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