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스타트업 클래스101이 동종업계 스타트업 스튜디오바이블을 인수한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던 스타트업이 투자금 유치 이후 재차 규모를 불리는 모양새다. 벤처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폐업 위기에 닥쳤거나 자금조달이 시급해진 스타트업 지분을 염가에 사들여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다시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클래스101은 스튜디오바이블과 소규모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 16일을 합병 기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클래스101과 스튜디오바이블의 합병 비율은 1대 0.120547로 스튜디오바이블이 클래스101에 흡수합병된다.
클래스101은 2018년 창업한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이다. 서비스 론칭 이래 줄곧 비대면 온라인 클래스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유지하며 성장했다. 코로나19 안팎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이 회사는 벤처투자업계로부터 뭉칫돈을 유치히며 승승장구했지만 2022년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위기를 겪었다.
클래스101은 임대료 분쟁을 겪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말 16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기업가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실제 지난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한 신주 발행가액은 약 5200원으로 2022년 직전 투자 당시의 발행가액 1만2040원의 절반 아래 가격에서 신주를 발행했다. 기업가치도 약 2700억원 안팎에서 13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스101이 합병하는 스튜디오바이블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영화, 음악 등 예술 전반에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던 스튜디오바이블은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19년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결국 서비스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공대선 클래스101 대표는 “합병을 통해 기존에 바이블이 보유한 음악, 영화, 스포츠, 글쓰기, 요리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클래스101에서 공개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인수합병을 포함해 서비스의 질적 양적 다각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클래스101과 스튜디오바이블과 같은 소규모 합병 사례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가운데 지난해 폐업한 기업의 수는 146개에 이른다. 폐업은 했지만 청산까지는 이르지 않은 스타트업도 다수다.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각종 콘텐츠가 남아있는 만큼 벤처캐피털(VC)은 헐값으로라도 M&A 시장에 적극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안팎으로 급증했던 플랫폼 분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회수를 위해 동종업계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어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안팎으로 급증했던 플랫폼 분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회수를 위해 동종업계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면서 “당장은 어렵더라도 니치마켓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M&A를 통한 회수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