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대만 렌즈 제조 업체 AOE 옵트로닉스(AOE) 지분 투자를 단행한다. 자율주행용 카메라와 확장현실(XR)용 광학부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외부 지분 투자는 이례적이다. LG이노텍이 전장 사업 강화와 신시장 개척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LG이노텍은 18일 AOE와 지분 투자 및 사업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지분율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사 측은 “AO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핵심 광학부품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OE는 1980년 설립된 렌즈 제조 업체다. 렌즈는 빛을 모으거나 퍼뜨리는 부품이다. 카메라의 경우 이미지센서에 도달하게 하는 빛의 양을 렌즈가 결정한다.
AOE는 자동차용 카메라 렌즈에 강점을 지닌 곳으로 알려졌다. 렌즈 소재부터 모듈까지 중요 기술을 내재화하고 양산 능력도 갖춰 테슬라, BMW, 벤츠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LG이노텍은 AOE의 자동차 렌즈 기술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렌즈는 내구성이 높아야 해 온도와 습도 등 품질 조건이 까다로운데, LG이노텍은 AOE 렌즈로 전장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AOE의 '비구면유리렌즈'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렌즈는 크게 유리와 플라스틱 제품으로 나뉜다. 유리는 플라스틱에 비해 무겁지만 투과율과 굴절율이 높다.
투과율과 굴절율이 높다는 건 빛을 잘 모아 고해상도를 구현하는데 유리하다는 뜻으로,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의 눈이 되는 카메라를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유리렌즈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은 동시에 확장현실(XR) 시장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머리에 쓰거나 안경처럼 착용하는 XR기기는 사용자의 동작이나 얼굴 표정 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빛이 적은 곳에서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손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인식하는 것이 카메라다. 스마트폰이나 차량용 카메라와는 또다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LG이노텍은 새로운 렌즈 개발을 AOE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한 LG이노텍의 광학 설계와 공정 자동화 역량을, AOE의 소재·금형 가공 기술과 결합해 차세대 렌즈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XR 기기 제조사에 제품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LG이노텍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외부 파트너십도 확대할 방침이다.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광학솔루션사업부 지분 투자는 역대 최초 사례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카메라 모듈 포트폴리오를 차량과 XR 기기로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며 “기술 및 원가 경쟁력, 제조 공정 역량 등 경쟁 우위로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