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LG생활건강이 4년여만에 갈등을 봉합하고 로켓배송을 재개했지만, 쿠팡과 CJ제일제당과의 납품단가 갈등은 당분간 '평행선'을 유지할 전망이다. 거래가 중단된지 만 1년이 넘었지만 양사가 서로 각자도생할 방안을 강구하고, 실적에서 타격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누구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번주부터 LG생활건강 제품을 로켓배송을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2019년 양사간 납품 협상 갈등을 빚으며 로켓배송 거래를 중단한 지 4년여 만이다. 고객들은 엘라스틴, 페리오, 테크 등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 음료 제품을 로켓배송으로 받는다. 화장품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는 뷰티 브랜드 전용관인 '로켓럭셔리'에 입점한다.
양사는 2019년 납품 협상 갈등을 빚으며 로켓배송 거래를 중단했다. LG생건은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제품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2021년 공정위는 쿠팡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2022년 공정위를 상대로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판결 선고를 앞둔 지난 12일 LG생건과 화해했다. 당초 18일로 예정된 행정소송 판결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일로 변경됐다.
로켓배송 직거래 재개는 쿠팡이 LG생건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의 약진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 LG생건에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온라인 뷰티 제품 유통을 키우려는 쿠팡에 LG생건의 국내 핵심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시급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사연이 있는 쿠팡과 LG생건과의 화해와 다르게 쿠팡과 CJ제일제당과의 갈등은 분위기를 전환할 뚜렸한 계기가 없는 상황이다. 쿠팡은 2022년 말 CJ제일제당과 햇반 납품 마진율로 갈등을 빚은 이후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제품 로켓배송을 중단한 상태다.
쿠팡은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공급을 늘리면서 햇반의 빈자리를 채웠고, CJ제일제당은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제품을 출시하면서 맞불을 놨다. 특히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말 익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공식몰인 CJ더마켓에 '내일 꼭!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했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제품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무엇보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제외하고도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고, 쿠팡 역시 최근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 모두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거래 재개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서로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쿠팡과) 협상을 위한 채널은 열어놨지만 상황에 변화는 없다”라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도 “(CJ제일제당과) 논의는 하고 있으나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