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뀐 방귀' 공청기는 어떻게 알아챘을까 [IT 잡학다식]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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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기청정기가 필수 전자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적어도 한 대씩은 비치돼 있죠. 공기청정기는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걸러주는데요. 쓸만한 브랜드 제품에는 유용한 기능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냄새 감지와 탈취 기능이에요. 집안의 불쾌한 냄새를 줄여주는 거죠.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면 냄새 감지 기능을 자주 경험할 거예요. 반려동물이 실내에서 변을 보면 공기 질 수치가 나빠지면서 공기청정기가 힘차게 가동되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근처에서 방귀를 뀌어도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은밀하게 일(?)을 치르더라도 소용없어요. 공기청정기는 금세 냄새를 알아챕니다. 공기청정기는 어떻게 이런 냄새를 감지하는 걸까요?

공기청정기, 사람처럼 냄새 맡는다

공기청정기에는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PM센서와 냄새를 감지하는 가스 센서가 탑재돼 있어요. / 출처: 삼성전자
공기청정기에는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PM센서와 냄새를 감지하는 가스 센서가 탑재돼 있어요. / 출처: 삼성전자

사람의 콧구멍 안쪽 점막에는 ‘후각 상피 세포’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공기 중 휘발성 미립자, 쉽게 말해 냄새 입자가 코로 유입되면 이 세포에 도달하는데요. 이때 후각 상피 세포의 수용체와 냄새 입자가 결합하게 되면 일종의 신호가 발생합니다. 신호는 신경계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냄새를 맡게 되는 거예요.

갑자기 왜 사람이 냄새를 맡는 과정을 설명하냐고요? 공기청정기가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냄새를 감지하기 때문이에요. 공기청정기 안에는 냄새를 감지하는 ‘가스 센서’가 있고, 그 안에 사람의 후각 상피 세포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가 들어있어요. 소자 겉에는 산소가 흡착돼 있는데요. 산소와 냄새 입자와 결합하면 전기적 변화가 발생해요. 이를 통해 냄새를 감지하는 겁니다.

공기청정기 가스 센서는 방귀뿐만 아니라 향수, 디퓨저 등 여러 휘발성 기체를 감지해요. / 출처: LG전자
공기청정기 가스 센서는 방귀뿐만 아니라 향수, 디퓨저 등 여러 휘발성 기체를 감지해요. / 출처: LG전자

방귀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극소량의 휘발성 물질 때문이에요. 황화수소, 메탄, 인돌, 스카톨, 디메틸설파이드와 같은 물질이 모여 냄새를 만들어 내죠. 이러한 휘발성 가스가 공기 중에 유출되면 공기청정기는 가스 센서로 이를 감지하는 겁니다. 좋은 향을 내는 향수, 디퓨저, 방향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공기청정기는 휘발성인 보드마카 냄새까지도 놓치지 않고 감지해 내요.

다만 공기청정기 가스 센서는 사람처럼 다양한 냄새를 구분해내진 못해요. 산소와 반응하는 냄새 입자가 아니면 알아채기 어렵거든요.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이 굳이 '냄새 센서'라는 이름을 놔두고 '가스 센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도 거기 있어요. LG전자는 홈페이지에서 “냄새를 발생시키는 물질 중 산소와 반응을 잘하지 않는 경우 냄새 센서에서 측정되지 않아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해요.

LG전자 공기청정기에 탑재된 PM 센서 종류 / 출처: LG전자
LG전자 공기청정기에 탑재된 PM 센서 종류 / 출처: LG전자

참고로 가스 센서는 미세먼지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공기청정기는 PM(Particulate Matter) 센서로 PM 센서는 산란광 세기로 미세먼지 농도만 계산해요. PM 센서는 빛을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를 잽니다. 센서가 빛을 쏘면 미세먼지와 부딪히면서 여기저기로 산란됩니다. 센서는 이 빛을 다시 받아들이죠. 미세먼지가 많을수록 빛은 더 많이 퍼지고 농도가 높다고 표시되죠.

냄새가 종합청정도에도 영향을 미치나?

공기청정기는 종합 공기 청정도를 불빛으로 보여줍니다. / 출처: 삼성전자
공기청정기는 종합 공기 청정도를 불빛으로 보여줍니다. / 출처: 삼성전자

공기청정기는 PM 센서로 실내 미세먼지 수치를, 가스 센서로 냄새 농도를 각각 측정합니다. 이후 두 값을 고려해 종합 공기 질 수치를 보여주는데요. 공기 상태가 좋으면 파란색 LED 불빛이 켜지고, 공기 질이 나쁘면 빨간색 불빛이 들어오는 식이죠.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공기청정기는 이런 식으로 공기 질을 나타내요.

분명 미세먼지 수치는 낮은데, 공기청정기에 빨간불이 켜진 적 있을 겁니다. 아마도 냄새 농도 수치가 높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제조사에서 미세먼지 수치와 냄새 농도 중에 나쁜 값을 우선 고려해서, 실내 공기 질을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이때는 창문을 열고 실내를 환기시키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으니까요. 또 디퓨저 향초와 같이 냄새가 강한 제품을 공기청정기 주변에 두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가스 센서가 잘 작동 중인지 확인하려면

가스 센서는 제품마다 다른 곳에 위치합니다. / 출처: LG전자
가스 센서는 제품마다 다른 곳에 위치합니다. / 출처: LG전자

밀폐된 공간에서 한 종류의 냄새를 오래 맡으면 어느새 코는 적응해버립니다. 가스 센서도 마찬가지예요. 실내에 특정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머무르면 감지를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환기를 시켜주면 됩니다. 이보다 확실히 가스 센서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어요. 향수, 식초, 방향제처럼 향이 강한 휘발성 물질을 티슈에 묻혀 가스 센서 근처에 대는 겁니다. 티슈를 가까이 댔을 때 공기 질 청정도가 변하면 가스 센서에 이상이 없는 거겠죠.

가스 센서 위치는 제품별로 달라요. 보통 측면과 후면에 탑재돼 있는데, 어떤 제품은 껍데기 안쪽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는 모델별 센서 위치를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으니 한번쯤 들러 확인해 보면 좋을 겁니다.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