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가 정치권 화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VIP 등에 대한 경호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불거진 논란부터 살펴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18일 찾은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윤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던 중 전주을 지역구 의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행사장에서 퇴장 조치됐다. 경호처 직원들은 강 의원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잡고 들어올려 행사장 밖으로 내보냈다. 비례대표도 아닌 국민이 직접 뽑은 현역 지역구 의원을 상대로 과잉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끓었다.
강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를 바꿔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 의원은) 악수를 했을 때 일단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다. 경호처에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고,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했다. 당연히 경호상의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경호 강화는 누구나 필요성을 느끼고, 예상할 수 있던 일이었다. 시간을 그리 오래 되감지 않더라도 경호 실패 사례가 잇따라서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제 총기에 의해 암살당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목에 1.5㎝ 자상을 입었다. 북한 위협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를 강화해야 할 명분은 수없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동안 경호처 경호가 빈틈이 없었냐고 묻는다면, 의문 부호를 붙일 수 밖에 없다. 보안구역인 대통령실로 대학생진보연합 20여명이 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보안사항인 대통령 동선이 영부인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는 등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경호에도 구멍이 잦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역시 명백한 경호 실패 사례 중 하나다. 사안의 파급력 때문에 경호처의 경호 실패가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통령실은 해당 의혹에 대해 “재작년에 재미 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미리 물품을 구입하고, 구입 과정을 사전에 녹화하는 등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경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대상에는 대통령 가족도 포함돼 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현역 의원에 대한 과잉 진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호 입장에선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한다고 판단되면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유세지원현장에서 자국민에게, 이 대표는 자신의 당원에게 습격을 받았다.
문제는 잇따른 경호 실패 사례가 경호의 강화로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을 지거나 유감을 표명하는 사람도 없다. 경호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 경호처도 쇄신해야 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