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 공시의무를 강화한다. 전환가격 조정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조사를 강화하고 엄중하게 제재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경제인연합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CB는 코스닥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주식으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매수선택권(콜옵션)이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등 다양한 조건을 활용할 수 있지만,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확대 수단으로 쓰이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제도개선 방안은 크게 △공시강화 △전환가격 조정 합리화 △전환사채 시장 불공정거래 집중 점검 세 가지다. 발행 및 유통 단계에서 정보 제공을 강화해 시장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전환가액 산정 방식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CB 발행 기업은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구체적인 행사자와 대가 수수 여부 및 지급 금액을 공시해야 한다. 일부 발행기업이 콜옵션을 최대주주에게 무상 또는 헐값으로 양도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발행회사 만기 전 CB 취득 건에 대해서도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취득 사유나 향후 처리방법 역시 공시 대상이다.
전환가액 조정 기준도 바꾼다. 최초 전환가액 대비 70% 미만 가격으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은 통상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경영 정상화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를 허용했지만, 정관을 근거로 이런 제한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저한도(70%) 이하로 리픽싱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건별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 증자나 주식 배당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막기 위해 새로운 산정 방식을 제공하고, 사모CB의 전환가액 산정일도 명확히 했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으로 하위규정을 개정해 이날 발표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시장상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해 불공정거래가 지속되는 경우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