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중국의 경제 상황으로 인해 당분간 더 악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칙을 지키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안보실 경제안보팀장은 대만 총통 선거 결과와 앞으로 있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미중 갈등과 공급망 경색 문제에 대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연 박사는 지난 2022년 4월에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 안보 핵심인 한미정책협의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정책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그만큼 국제 외교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갖췄다.
그는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칭더 정부가 탄생했지만, 이로 인한 양안 갈등과 미중 갈등은 예상보다 격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당장 대만과의 갈등을 키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연 팀장은 “홍해 후티 반군 문제가 공급망 이슈와 연결돼 있고 필리핀과의 충돌 문제,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 간의 갈등 등 신경 쓸 게 많은 상황”이라며 “작년부터 경제도 안좋아지고 있어 양안 관계를 격화시키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중국이 미중 관계 추가 악화를 원하지 않을 가장 큰 이유로 경제 상황을 꼽았다. 중국 경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소비 위축, 부동산 투자 감소,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하락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연 팀장은 “경기 침체에서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하는데 고금리의 영향으로 투자를 할 여력이 없어 해외 투자를 받고 싶을텐데 공급망 다변화, 탈중국화로 인해 오히려 투자를 보류하거나 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중국이 작년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것도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서였을텐데 중국의 노력을 고려했을 때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하거나 행동을 취하는 것은 모순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산업 분야의 핵심으로 떠오른 공급망 이슈에 대해 연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미국 대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경우 반도체 분야에서 적용됐던 지원법(칩스액트)을 AI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보조금을 활용해 첨단기술역량을 미국 내에 구축하려고 한다면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투자를 결정한 것처럼 국내 투자가 미국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노선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붕괴된 다자주의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 팀장은 “지금은 블럭화 초기 단계, 즉 입구에 서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보조금을 산업 육성 정책에 적극 활용하는 생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WTO 개혁을 통해 한번에 전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그룹 안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자유무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연 팀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인 만큼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은 것처럼 원칙에 부합하면 함께하고, 부합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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