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기업과 산업 경쟁력 확보의 주요 수단이 되면서 관련 협력 체계 구성과 우수 인력 양성 등 기반 조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양적 위주의 디지털 전환에서 AI 내재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이 같은 기반 조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평가다.
민간 주도의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 생태계 조성과 AI 내재화를 위한 산업 AI 융합 인력의 양성이 시급한 이유다.
이와 함께 산업 AI 확산의 선도 과제 발굴과 추진을 위한 법제도 규제에 대한 정비 및 개선책 마련과 민간 주도의 연합체인 산업 AI 얼라이언스의 활발한 활동에 적극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민간 주도의 디지털 전환 생태계 조성은 크게 기업의 디지털 전환 활동에 대한 밀착 지원과 양질의 산업 데이터 확보와 활용 촉진, 디지털 전환의 친화적 규제 환경 조성 등 3가지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선,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업의 컨설팅과 수요 공급기업 간 매칭, 성공 사례 확산 등을 원스톱으로 밀착 지원하는 협업지원센터 구축이 확대되고 있다. 2021년 6월부터 한국산업지능화협회가 협업지원센터 기능을 수행해 왔고, 여기에 경북협업지원센터와 충북협업지원센터 두 곳이 추가됐다.
협업지원센터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꼭 필요한 표준 모델의 개발과 전략 수립, 기술지원 및 법률 등의 컨설팅 제공은 물론이고 공급기업의 기술정보 제공, 공통 활용 기술의 제공, 디지털 전환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통해 지역 거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민간 주도 디지털 전환의 핵심 중 하나인 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 공공 주도의 개방형 산업 데이터 플랫폼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양질의 산업 데이터를 제공하고 공유 거래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과, 제품과 서비스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산업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는 산업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다. 데이터 가공과 데이터간 연계 교환 등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 데이터 표준 개발 및 실증체계 구축도 표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친화적 규제 환경 조성도 속도가 붙고 있다.
범부처 차원에서 발굴해 조치 중인 산업 디지털 전환 관련 규제는 데이터 활용 제한과 기술 발전 미반영 등 62건이 파악됐으며, 이 중 19건이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완료됐다. 나머지 43건은 조치 진행 중이다. 이들 규제 가운데, 주요 규제로 꼽히는 14건은 이행 완료까지 집중 점검 관리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협업을 통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규제정보 및 대응 방안을 통합해 제공하는 규제 플랫폼 구축도 추진 중이다.
산업 디지털 전환의 AI 내재화가 전 산업으로 확산하는 데 있어 주요한 기반 중 하나는 단연 양질의 인력확보다. 현재 산업계 IT 인력은 상당수가 AI와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절대 전문인력 수도 부족한 상태다. 기존 교육 시스템상으로는 전문인력 배출에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산업 AI 융합인력을 집중 양성하겠다는 방안이 추진됐다. 한국생산성본부와 업종별 협단체 등이 산업 도메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AI와 데이터 이해도 증진과 기본적인 AI 기술 활용을 교육하는 기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교육으로는 AI 비전공 인력을 대상으로 산업 AI 대학원 필수 과정을 4~6개월의 단기 압축 교육해 산업 현장에 신속 공급하는 IAEC(산업인공지능 교육센터)를 구성해 교육을 주관하고 있다. 첫 시범사업은 KAIST와 한국공학대 2개 대학에서 100명 규모로 시행해, 마이크로 디그리를 수여한다. IAEC은 반도체 분야의 전문교육기관인 IDEC(반도체설계교육센터)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산업 AI 석박사 고급 인력 양성은 전자기술연구원의 업종별 특화 산업 AI 교육이 확대 시행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업종별 맞춤형 현장 수요 교육을 하고, 산학 협력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또한 한국산업지능화협회가 산업 데이터 활용 분석에 맞춘 특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전략적 가치 도출, 비즈니스 창출 과정이다.
민간 중심의 업종별 융복합 DX 전략을 모색하고 추진하기 위해 출범한 산업 AI 얼라이언스는 2024년 더욱 본격적인 활동이 기대된다.
산업 AI 얼라이언스는 10대 업종 20여 수요 공급 대기업을 중심으로 400여 중견 중소기업이 연합해 2023년 7월에 출범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됐던 '산업디지털 전환연대'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개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가치사슬 전체가 연계 협력해 산업현장의 디지털 전략을 민간 주도로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얼라이언스는 이동성과 기계장치, 최적화 등 3개 기술분과와 산업 데이터, 법·규제 등 2개 정책분과가 가동됐다. 운영위원회 토론과 논의를 거쳐 기술분과는 '산업 AI 솔루션 상용화 프로젝트' 발굴을, 정책분과는 '법·규제 개선 사항'을 제안했다. 특히 기술분과는 AI 융합 기술수요조사서 26건과 디지털 전환 선도 사업계획서 8건 등 총 34건을 도출했다.
운영위는 산업 AI 상용화 프로젝트의 발굴에 있어 수차례의 대면 미팅을 통해 업계 상호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각 분과의 현장에서 나오는 애로 사항을 취합했다. 이를 통해 기업별 업종별로 상이한 기업 현장의 AI 내재화에 대한 접근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산업 AI 얼라이언스는 5개 분과의 운영위 활동 등을 통해 2024년도 민관 공동으로 추진할 자동차·조선·이차전지·뿌리산업·기계 등 핵심 5개 업종 주요 공정의 디지털 전환 추진의 밑그림을 제공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자동차의 경우 차세대 주력 제품이 될 전기차의 AI 자율 생산이 가능한밸류체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전기차 주요 공정인 프레스와 차체, 도장, 의장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자율 생산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완성차 기업과 협력사 간 서로 다른 형식의 데이터를 수집 처리해 데이터 공동 활용이 안 돼 발생하는 중복 품질검사, 공급망 차질 등의 불필요한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분야다.
조선은 선박 데이터와 항만·물류·기자재 등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계되는 스마트십 플랫폼을 구축하고, 항만 내(內) 물류를 최적화하거나 기자재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정비하는 등 스마트십 서비스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이차전지는 그동안 숙련 작업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양극재 소성공정을 AI 기반으로 자동제어 하는 초격차 기술을 국내 이차전지 밸류체인 기업과 협업하여 개발하는 것으로, 국내 양극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이차전지 산업의 밸류체인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뿌리산업의 경우는 국내 대기업의 플라스틱 사출 생산 AI 제어 노하우를 중소기업 협력사에 이전 확산한다. 국내 중소 뿌리 기업들이 숙련 작업자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도 고품질 전장부품을 균일하게 생산토록 지원, 중소 영세 뿌리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또 기계산업은 공장을 구성하는 기계 장비·로봇·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국제표준 기반으로 통합·연계해 높은 수준의 생산·물류 최적화와 고품질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자율 제조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제다. AI 플랫폼으로 데이터 형식이 통합되고 연계 활용되면, 설비가동률의 향상과 공정 불량률의 감소, 리드타임의 단축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AI 얼라이언스는 2024년에 이 같은 5개 업종의 선도 과제의 이행을 주도하며, 디지털 전환 AI 내재화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