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처음으로 1%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내수 침체를 꺾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2% 초반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IT경기 회복세가 그나마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1.4%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저치이자 첫 연간 1%대 성장이다. 다만,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 0.9%, 3분기 1.4%, 4분기 2.2% 등으로 점차 상승,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지는 '상저하고' 움직임을 나타냈다.
한은은 특히 지난해 4분기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전년 동기보다 6.5% 증가해 전체 성장률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IT 경기 반등에 힘입어 반도체 등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도 IT경기가 성장세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경기가 반등하고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하반기 이후 경기가 위축되면서 물가도 점차 안정되는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다.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민간소비는 부진하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개선이 뚜렷해지면서 수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다. 한은은 앞서 이달 초 올해 경제성장율을 2.1%로 전망했다.
신 국장은 “올해 D램 반도체 가격 등을 보면 IT 경기 회복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면서 “수출이 성장에 많이 기여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 지출 항목을 보면 수출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2.6% 증가하고,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0%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4.2% 감소했으나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3.0% 증가했다.
경제활동별로 GDP를 분석하면 농림어업은 농산물 생산 등이 줄어 6.1% 감소했다. 제조업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1.1%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1% 성장했다.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은 전기업 등을 중심으로 11.1% 증가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3.6%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등이 감소했으나, 사업서비스업, 의료·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 늘어 0.6% 증가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