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완주와 함께, 그를 만드는 과정과 고민들이 가치있었던 작품” 배우 류경수가 세 번째 연상호 작품인 넷플릭스 '선산'과 '김영호' 캐릭터를 이같이 정의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선산'(극본 연상호 등/연출 민홍남)에서 열연한 배우 류경수와 만났다.
'선산'은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남겨진 선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비쳐지는 미스터리한 일들과 관련된 비밀들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류경수는 극 중 윤서하(김현주 분)의 이복동생 김영호 역을 맡았다. 범상치 않은 작품 비주얼은 물론 사람들에 대한 경계감이나 고립감, 그에 비롯된 예측불허의 행동까지 작품 전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동시에, 작품의 핵심키워드인 가족의 뒤틀린 표현들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존재로서 주목됐다.
특히 세 번째 연상호 작품을 함께 하는 김현주는 물론, 차미경(윤명희 역)·박희순(최성준 역) 등 다양한 선배동료들과의 호흡을 통해 작품의 독특한 몰입감을 완성하는 모습은 작품 자체 매력과 함께 배우만의 매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류경수는 인터뷰 동안 솔직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선산' 에피소드를 비롯한 자신의 연기행보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냈다.
-작가로 참여한 연상호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나눴다. 작품 캐스팅 과정?
▲지옥, 정이를 함께 했을 때 스태프들은 물론 저 스스로도 촬영장 가는 게 재밌고 행복했다.
또 대본에서는 뭔가 엄두가 안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지만, 많은 성장지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의를 주셨을 때 바로 택했다.
-김영호 캐릭터 준비과정? 주안점?
▲출연결정 이후 모티브가 될만한 것들을 찾을 수 없어서 고민했다. 그래서 대본을 토대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리에서 탈락된 야생동물'의 이미지를 그리게 됐다.
아랫니 인조치아와 함께 새치나 수염 등을 더하는 등 일상적이지 않은 비주얼을 만들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경계감과 외로움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미스터리감을 유지하려고 했다.
또한 윤서하(김현주 분)의 서사와 결을 함께 하며, 생존과 본능적인 부분에 몰입한 듯한 톤을 취하며 설득력을 높이려 했다.
-스릴감의 핵심에서 연민대상이 되는 김영호, 배우로서는 어땠나?
▲불타는 가마에서 탈출하고 정신을 차린 뒤, 엄마를 마주하는 시선에서 대본상에 없었던 “가자 엄마”라는 대사를 절로 할 정도로 불쌍한 감이 스스로도 있었다.
바라는 것도 없고, 선산이 뭔지도 몰랐던 원래의 삶 그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동정심이 생겼다.
그러한 모습들이 아마 작품 상에서 나오지 않은 미래에서도 그대로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
-완성본을 봤을 때 제일 돋보였던 장면은?
▲많은 배우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제 연기를 직접 보는 거는 뻘쭘하게 느낀다. 일반적이지 않은 비주얼과 함께 소통없이 하나하나 비쳐지는 행동표현들이 다양하게 해석되길 바랐다.
그 가운데 중반부의 공터 신은 혼자 제사를 지내며 중얼거리는 등 김영호 캐릭터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나름 괜찮았던 장면이 아닐까 한다.
또한 윤명희(차미경 분)가 불구덩이 들어갈 때 손을 뻗으며 비쳐지는 표정은 저도 몰랐던 모습으로 돌이켜볼만 했다.
-분장과 함께 배우 본연의 눈빛이나 표정 등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스스로는 어떻게 보나?
▲캐릭터에 맞게 항상 접근하려고 노력하곤 한다. 특히 눈빛연기는 매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는 상대에 집중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오곤 한다.
-세 번째 연상호 작품을 함께 하는 김현주와의 호흡은?
▲지옥에서는 두 신 정도 호흡을 하다보니 인사정도만 드렸었고, 실제 친밀해진 건 정이때다. 이번에 또 뵙게 되면서 안정감을 많이 느꼈다.
이복동생과 누나라는 새로운 관계설정으로 신기함을 느끼는 동시에, 연기도 성격도 안정감을 주는 선배의 모습에 안심이 됐다
-이태원클라쓰 이후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캐릭터호흡에 도전하고 있다. 중점 포인트가 있나?
▲제가 재밌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야 공감도 가고 연기로도 잘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강렬한 톤만 맡는다고 보시기도 하는데 그는 관객이나 시청자마다 다른 것이다.
최소한 캐릭터로는 거짓말하지 않는 연기와 함께, 그만큼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디션 제안 조차도 없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의 캐릭터 기회들은 그저 감사하다.
다만 늘 만족함 없이 연기하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연상호 감독님이 주시는 기회들이 더욱 감사하고 깊게 다가온다.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
▲생각보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버티는 게' 최고지만, 그에 못지않게 격려와 응원을 담은 칭찬이 중요하다. 대학공연때부터 지금까지 늘 응원해주시는 목소리로 지금까지 와있는 것 같다.
-선산이 나에게 남긴 것?
▲긴장감이 컸던 작품.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캐릭터 완주와 함께 그를 만드는 과정과 고민들 자체가 제 인생에 가치가 있었다.
-OTT 팬들에게 선산을 소개한다면?
▲음식으로 따지면 '이런 맛도 있다'라고 말할 것 같다. 미스터리의 스산함 속 가족의 정의를 새롭게 돌아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류경수의 일상속 힐링은?
▲사소한 건데 '알람 안맞추고 자는 것'. INFP 성향이라 약속파토가 의외로 좋을 때가 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