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상품을 파는 직·간접 활동을 영업이라 한다. 고객 의도와 사회적 트렌드를 분석해 최적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타깃 고객에게 정확히 판매하는 일체 기법을 마케팅이라 한다. 얼마 전까지는 현장의 많은 경험과 나름대로 감을 갖고 성공 방정식을 구사하던 마케터가 주류를 이뤘다면, 지금은 데이터와 분석 툴로 무장하고 시장 전체를 내다 보는 디지털 마케터가 일당백을 하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네이버와 구글을 통해 검색하는 건수는 월간 230억건에 이른다. 주요 키워드는 1억5000만개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이 빅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지가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그러므로 데이터에 기초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치 전쟁에서 레이더를 보고 전쟁을 하느냐 아니면 지도나 감에 의해 전쟁을 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광고 예를 보자. 신문 지면에 광고를 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봤는지, 그래서 상품을 구매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TV에 광고를 할 때에는 그나마 시청률 분석과 프로그램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프로그램 앞뒤에 상품광고를 하지만, 이 또한 누가 봤는지, 보고 나서 어떤 구매행위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에 광고를 할 때를 보자. 고객이 특정 단어로 검색을 하면 이를 컴퓨터가 알아차려서 일치율이 높은 순으로 해당하는 상품을 보여주고, 그 광고를 본 고객의 다음 행동을 계속 추적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색 창에 '여의도 맛집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맛집이 쭉 열거돼 나타나고, 고객 리뷰·별점까지 나타내준다. 더욱이 이 광고에서 '전화'나 '예약'까지 할 수 있으니, 고객 상품구매 여정을 완벽하게 추적한 사례다. 이렇게 쌓인 고객 여정 데이터는 축적과 가공을 거쳐 디지털 마케팅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인텐트(고객 의도) 마케팅은 디지털 마케팅의 발전적 형태로서, 소비자가 검색이나 구매 여정에서 남기고 간 발자취를 축적한 빅데이터를 심도있게 분석해 소비자가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관심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은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고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맥락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결국은 매출 증대와 브랜드 파워 강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는 디지털 마케팅 또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서비스하는 업체가 많이 있다. 대부분이 대형 온라인 몰에 입점하는 회사를 상대로 가장 최적 시간과 위치에 광고를 반영하고 관리하는 업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축적해 디지털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사용료 기반)로 제공하고 있다. 가공된 데이터를 키워드별 관계를 쉽게 파악하도록 네트워크 차트로 시각화해 보여 주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출처가 나타나고 챗GPT로 분석된 보고서가 나타난다. 이 보고서 말미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광고 시안 예시까지 제공되니 그야말로 마케터 일손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타깃 고객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적당한 자료를 뒤져서 엑셀파일로 정리한 시장분석 자료나 불특정 대상 광고 또는 전단지 형태 할인 캠페인을 마케팅이라고 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접근되고 관심을 유도해 판매에 이르고 그 이후에도 계속 찾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마케팅이 최선 방법이다.
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