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제품을 내세우고 있는 차이나커머스의 공습으로 국내 시장이 빠르게 잠식당하는 가운데, 국내 소상공인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차이나커머스가 상품 안전 검사와 관세 등을 패싱하고 국내에 제품을 유통하면서 정직하게 제품을 수입·유통하는 국내 소상공인들의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28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 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자회사인 '테무'는 증가폭 2위에 올랐다.
중국 패스트패션 '쉬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가 집계한 국내 시장 앱 다운로드 성장 순위(1~11월)에서 5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중국계 플랫폼 '차이나커머스'들은 초저가 무료배송 판매 정책을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KC 인증 등 상품 안전 검사 부재와 무관세 등 국내 소상공인들과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초저가 마케팅은 고스란히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현재 G마켓, 11번가 등 국내 e커머스 오픈마켓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중국에서 생활용품, 의류 등 다수의 공산품들을 구매해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차이나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직접출하게되면서 가격과 배송 경쟁력 등에서 거대 자본에 밀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실정이다.
실제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셀러오션' 등에는 차이나커머스 공습에 위기감을 느낀 소상공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 셀러는 “정상적인 경로로 KC인증, 안전인증 검사 등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직구 상품과 달리,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통한 중국산 제품들은 아무런 안전 검증과 관세 부과 없이 그대로 수입되면서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 상 국내 사업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경우,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외사업자에게는 일부 유아용품, 식품, 전기용품 등을 제외하면 의무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통하는 판매자는 이와 같은 정책에서 자유롭다.
이 때문에 특정 성분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폐기되는 건강기능식품 등도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에서는 쉽게 유통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일본에서는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화장품을 구매했다가 피부가 괴사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차이나커머스는 엄청난 자본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소상공인 뿐 아니라 상품 제조사, 도매상 등 국내 유통업 전반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보완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