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페어링? 멀티포인트페어링? 무슨 차이 [IT 잡학다식]

출처: Unsplash / tomasz gawlowski
출처: Unsplash / tomasz gawlowski

멀티페어링, 멀티포인트페어링이라는 용어를 들어봤나요? 블루투스 연결, 기기 전환을 보다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능인데요. 명칭이 비슷해서 그런지 처음 들으면 헷갈립니다. 제조사에서 간단하게 설명해주긴 하는데, 딱딱해서 이해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이번 잡학다식은 멀티페어링과 멀티포인트페어링을 준비했습니다. 각각 무슨 기능인지, 무엇이 다른지 알아봅시다.

블루투스의 기본은 페어링

스마트폰처럼 다른 블루투스 기기를 등록해 조작하는 기기를 마스터, 무선 이어폰처럼 연결할 대상이 필요한 기기를 슬레이브라고 합니다. / 출처: 삼성반도체
스마트폰처럼 다른 블루투스 기기를 등록해 조작하는 기기를 마스터, 무선 이어폰처럼 연결할 대상이 필요한 기기를 슬레이브라고 합니다. / 출처: 삼성반도체

블루투스 이어폰은 혼자 사용할 수 없어요.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연결이 필요한 기기를 ‘슬레이브’, 스마트폰 같이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을 조작하는 기기를 ‘마스터’라고 부릅니다. 마스터 기기에 슬레이브 기기를 등록하는 과정을 페어링(Pairing)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페어링은 블루투스 마스터에 슬레이브 기기를 물리는 첫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블루투스 작동 원리상 페어링은 꼭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블루투스는 피코넷이라고 하는 개인통신망(PAN)을 형성해, 그 안에서 연결한 기기끼리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요. 블루투스 기기끼리 페어링해야 이러한 작은 통신망을 형성할 수 있어요. 설명은 거창하지만, 실제 페어링 과정은 간단합니다. 처음 블루투스 이어폰을 샀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블루투스 이어폰 페어링 과정 중 일부 / 출처: LG전자
블루투스 이어폰 페어링 과정 중 일부 / 출처: LG전자

제품마다 다르지만, 페어링은 보통 특정 키를 몇 초 동안 꾹 눌러 페어링 모드로 진입한 다음, 마스터 기기에 등록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블루투스 이어폰을 켤 때마다 페어링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정말 번거로울 겁니다. 그래서 마스터 기기는 다양한 페어링 정보를 저장해 둬요. 스마트폰을 보세요. 전에 연결한 다른 블루투스 기기 페어링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을 겁니다.

멀티페어링, 정보를 기억해 전환을 빠르게
블루투스 이어폰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제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데요. 아쉽지만 복수의 마스터 기기와 동시에 연결할 수는 없어요. 마스터 기기를 바꾸려면, 지금 사용 중인 제품에서 이어폰과 연결을 해제해야 합니다. 그다음 다른 마스터 기기에서 연결을 시도해야 하죠. 이어폰 하나에 다양한 전자 제품을 번갈아 연결하려면 이 절차를 매번 반복해야 합니다.

멀티페어링은 페어링 정보를 기억해, 직접 연결을 끊지 않고도 다른 마스터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 출처: 소니
멀티페어링은 페어링 정보를 기억해, 직접 연결을 끊지 않고도 다른 마스터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 출처: 소니

현재 사용 중인 제품이 멀티페어링을 지원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멀티페어링은 이전 페어링 정보를 기억했다가, 연결을 끊지 않더라도 다른 기기와 바로 연결되는 기능이거든요. 예컨대 현재 무선 이어폰을 스마트폰에 연결한 상태라고 가정해 봅시다. 옆에는 이전에 연결 경험이 있는 태블릿이 있습니다. 태블릿으로 무선 이어폰과 연결을 시도하면, 바로 됩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간 연결을 끊지 않아도 돼요.

멀티포인트페어링, 여러 기기와 동시 연결

블루투스는 여러 기기에 쓰이는 무선 통신 기술이라 다양한 프로파일을 지원합니다. / 출처: Pixabay
블루투스는 여러 기기에 쓰이는 무선 통신 기술이라 다양한 프로파일을 지원합니다. / 출처: Pixabay

블루투스에는 프로파일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쉽게 말해, 일종의 약속된 데이터 전송 규격입니다. 블루투스 프로파일은 용도에 따라 종류가 정말 많아요. 대표적인 오디오 전송 프로파일에는 통화용인 HSP(Headset Profile)/HFP(Hands Free Profile)와 음원 재생 프로파일인 A2DP(Advanced Audio Distribution Profile)/AVRCP(Audio·Video Remote Control Profile)가 있죠.

멀티포인트페어링은 프로파일을 나눠서 하나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여러 마스터 기기와 연결하는 기능이에요. 통화용 프로파일로 스마트폰과, 음악 재생용 프로파일로 태블릿과 동시에 연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멀티포인트페어링은 프로파일을 구분해 하나의 슬레이브 기기를 여러 마스터 기기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 출처: 피아톤
멀티포인트페어링은 프로파일을 구분해 하나의 슬레이브 기기를 여러 마스터 기기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 출처: 피아톤

말이 조금 어려운데,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현재 멀티포인트를 지원하는 무선 이어폰을 태블릿에 연결해 음악을 청취 중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스마트폰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통화를 받으면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폰이 연결되면서 바로 전화를 받을 수 있어요. 태블릿과 이어폰 연결을 해제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스마트폰과 연결된 거죠. 이게 멀티포인트페어링입니다.

하지만 멀티포인트페어링도 한계가 있어요. 통화용 프로파일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는 전화만 받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하더라도 이어폰에 전달되지 않아요. 음악 재생용 프로파일로 연결한 태블릿도 마찬가지입니다. 태블릿에 통화 기능이 있더라도 무선 이어폰으로 받을 수 없습니다. 블루투스 프로파일이 기본적으로 1:1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즉 할당된 프로파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