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얼마 전까지 '패스트 팔로'(Fast Follower) 전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이차전지, 바이오 등 글로벌 주력 산업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은 'K-시험인증'을 글로벌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성장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에 국내 최초로 해외 종합 시험인증기관 'GCB'를 설립한 것도 글로벌 시험인증 산업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맡기 위해 한 걸음 앞서 나선 결과다.
KTR은 시험인증을 통한 첨단산업 선도를 위해 조직 내 시스템은 물론 시험인증 서비스에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먼저 정보화 전략 계획(ISP)을 수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시스템에 도입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이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클라우드 환경으로 데이터·문서 접근성과 보안을 동시에 강화한다.
특히 AI 광학 문자 인식(OCR), AI 카메라 등을 도입하는 한편 머신러닝과 딥러닝 시스템, AI 챗봇을 통한 대 고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험 데이터 해석 및 활용에도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다.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데이터베이스(DB)로 쌓은 병리 조직 슬라이스 이미지 등을 AI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금속 소재 등 분야에도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 모델링, 예측에 이르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보다 빠른 시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시험인증 업계 최초로 국제표준에 따른 소프트웨어 AI 인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다양한 제품군에서 AI 품질검증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KTR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발표한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 실증기반 구축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정부 기반 구축 과제로 선정된 400억원 규모의 구독 서비스형 배터리(BaaS) 실증 기반 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소재에서 제품화, 사용 후 배터리 검증 등 이차전지 전 과정에 대한 시험평가 및 검증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 예산 반영이 결정된 수소차 폐연료전지 재사용을 위한 상용화 실증센터 기반구축에도 앞장선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첨단 반도체 카본프리 실증 기반 구축사업과 반도체 생산공정의 친환경 전환 등 종합 시험평가 인프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제조사 핵심 인증인 국제반도체장비재로협회(SEMI) 인증 서비스 확대 등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선다.
바이오 산업 기반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다음 달 천연 유기농 인증 원료 국산화 등 클린 화장품 산업화 기반 구축을 위한 인프라 건축 설계를 시작한다. 또 바이오의약품 연속 공정 디지털 전환 실증 지원센터를 구축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 및 검증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해외 거점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KTR은 올해 △정밀한 사업 수행 △미래·글로벌 사업 확대 △기반구축 △인프라 구축을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특히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글로벌 조직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제조업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가인정기구(KAN) 지정 시험인증기관과 현지 인증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직접 진출에 나섰다. 인도네시아가 중국, 베트남 등을 대체할 전자, 전기차, 배털 제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 따른 선제 대응책이다.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겨냥했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브라질, 호주 5개국이 공동 시행하는 의료기기 단일 심사 프로그램(MDSAP) 인증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주력할 방침이다.
KTR은 현재 해외에 1개 인증기관, 1개 시험소, 7개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에 직접 설립한 해외 종합 인증기관인 GCB는 올해 EPD(국제환경성적표지), CE MD(기계류) 분야에서 각각 CE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